알뜰주유소의 습격사건

1호점 개장 임박 … 이웃 주유소들 정부에 분노

지난 26일 리뉴얼 공사가 진행중인 용인시 처인구 마평주유소 현장에서 인부들이 알뜰주유소 폴을 세우고 있다.<br />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난 26일 용인시 처인구 중부대로변에 위치한 한 주유소.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인부 수십 명이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까지 정유사 상표(폴)가 달려 있던 자리엔 이날 처음 공개된 주황색 동그란 얼굴 모양의 알뜰주유소 마크가 눈길을 끌었다.현장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리뉴얼 공사를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다"며 "28일까지는 무조건 마쳐야 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30여명이 나와 자정까지 일했다"고 말했다.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알뜰주유소가 오는 29일 출범을 앞둔 가운데 1호점으로 지정된 '마평주유소'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휘발유 가격을 최대 100원까지 낮추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알뜰주유소의 출범으로 '가격 파괴'가 몰아칠 전망이다.하지만 알뜰주유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뜩찮은 곳도 있다. 가뜩이나 최소 마진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은 속이 불편하다.알뜰주유소 맞은편에서 영업중인 D주유소 사장 이 모씨는 "정부가 알뜰주유소 출범에 무리수를 둔 나머지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고 있다"며 "기름 값을 낮추려면 유류세 인하가 우선인데 일선 주유소를 통해 거둔 세금으로 알뜰주유소에 각종 시설자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3년 전 용인 구성에 이마트 주유소가 오픈했을 때에도 그 여파가 이곳까지 미쳐 아주 힘들었다"며 "알뜰주유소에 대응하려면 더 싼 기름을 받아와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유사석유 판매도 늘어날 것이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알뜰주유소와 600여m 떨어진 같은 길가에 위치한 S주유소 사장은 아예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현대오일뱅크 폴을 달고 있는 이곳은 알뜰주유소의 직격탄이 불가피한데다 지난주 알뜰주유소 공급자 입찰에서 용인시가 속한 중부권 물량을 현대오일뱅크가 담당하게 된 탓에 배신감마저 느끼는 터였다.그는 "인건비라도 아껴보려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 추운 날씨에 직접 나와 있는 게 안보이냐"고 되물은 뒤 "애당초 알뜰주유소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현대오일뱅크가 저쪽에만 40원이나 싸게 준다니..."라며 입을 다물었다.또 다른 인근 주유소 관리팀장 A씨는 "알뜰주유소 자리가 과거 여러 번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적이 있어 인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이 사회공헌 운운하며 운영을 맡았다니 그 나름의 사연을 짐작할 수 있다"며 "개점 행사 때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찾아올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는데 과연 가격을 얼마까지 낮출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반면 인근 주민들은 알뜰주유소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용인시 중앙동에 사는 박모 씨는 "매일 오고가는 길목에 알뜰주유소가 생기는데 당연히 반가운 일 아니겠냐"며 "덕분에 다른 주유소들까지 줄줄이 가격인하 경쟁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주민 조모 씨는 "가격이 싼 주유소들 중에 가짜휘발유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데 적어도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가격과 품질을 보장할테니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유통채널 다변화 차원에서 알뜰주유소를 통한 기름값 인하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개별 주유소의 경쟁보다는 정유사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휘발유 공급단가는 일정 수준 정해져 있는 만큼 일선 주유소들이 가격 인하 부담을 감내하긴 어렵다"며 "설비고도화와 원유도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정유사들이 휘발유 가격 인하를 위한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용인 마평=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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