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블랙리스트 전용 요금제 도입, 스마트폰 요금 월 1만원 수준 인하 효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권해영 기자]친구에게서 중고 스마트폰을 얻은 A씨는 서비스 가입을 위해 이동통신사를 찾았다가 중고 스마트폰 대신 새 스마트폰을 한대 구입했다. 스마트폰 새로 살때는 최대 27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중고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만 개통할때는 한푼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국 A씨가 친구에게서 받은 중고 스마트폰은 애물단지로 남고 말았다.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내년 5월부터 도입키로 한 '블랙리스트 전용 요금제'는 이같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휴대폰을 갖고 있어 새로 휴대폰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에게 보조금으로 지급되던 돈 만큼 요금에서 할인해주는 요금제다. 방통위 관계자는 "내년 5월로 예정된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에 맞춰 이동통신 3사에게 유심카드 전용 요금제를 새로 설계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통사 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반 휴대폰의 경우 블랙리스트 전용 요금제가 실시되도 요금에 큰 차이가 없지만 스마트폰은 다르다. 이 요금제가 시행되면 최소 월 3만4000원을 내야 사용할 수 있던 스마트폰 서비스를 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을 새로 사는 경우 주어지던 보조금 대신 요금을 할인 받는 구조다. 이통 3사는 이 같은 방통위의 안에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현재 요금 구조는 단말기를 새로 구매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될 경우 단말기를 이통사가 아닌 휴대폰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로부터 직접 구매한 뒤 서비스만 개통해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폰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이 요금제를 2년 약정할 경우 보조금 대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 "기존 고객들 일부가 제기하는 형평성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통 3사에게도 걱정은 있다. 월 5만4000원 요금제부터 제공되던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다. '블랙리스트 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월 4만원대면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가입자당 매출이 크게 줄어든다. 시장에서 값싼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한 가입자들이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를 대거 이용할 경우 트래픽 폭주도 예상된다.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로의 전환도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4G LTE 서비스로의 전환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데이터무제한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 경우 트래픽 폭주도 예상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업계도 '블랙리스트 전용 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고폰 수요가 높아질 경우 구형 스마트폰에 대한 사후지원 기간도 늘어나 비용이 증가하고 신규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의 경우 일반 휴대폰보다 가격이 높고 프리미엄 위주의 제품들이 주로 출시되고 있어 블랙리스트 전용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한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년층 역시 스마트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프리미엄급 제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고 블랙리스트 전용 요금제가 활성화 된다 해도 중고폰이나 저가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중고폰이나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별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보조금을 통해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실제 휴대폰 판매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명진규 기자 aeon@산업2부 권해영 기자 roguehy@ⓒ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