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백난아 노래 '찔레꽃'

찔레꽃 붉게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 달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동창생, 천리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작년봄에 모여앉아 찍은사진 하염없이 바라보니 즐거운 시절아
■ 참 좋아하는, 옛 직장선배인 L형은, 노래방이든, 마이크 없는 술자리든, 옛날노래 찔레꽃을 부른다. 장사익의 노래보다 훨씬 오래된 그 노래.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로 시작하는 구성진 그 노래를, 형은 필사적으로 부른다. 아무도 그의 노래를 중단할 수 없는 까닭은 노래의 곡조 위에 야윈 그의 전체중을 싣기 때문이다. 박자도 때로 맞지 않고, 술기운이 가사까지 삼켜버렸을 때에도, 늘 그의 신명에는 찔레꽃이 핀다. 그를 따르는 후배들은 아예 이 애창곡을 따서 <찔레꽃 동인>을 만들었다. 이때 찔레꽃은 바로 시가 피어나는, 처연한 순정의 꽃둘레이다. 시를 쓰는 일은, 방울방울 피를 뿜는 일이라고, 우린 농담 삼아 말하지만, 저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한 무리를 이룬 동심(同心)이 정말 찔레꽃처럼 피는 기분이다. 그 반박자 늦는 노래가, 붉은 시처럼 그립다.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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