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암보다 많은 남성癌의 비밀

⑧전립선암 이현무 삼성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전립선암은 슬픈 남성의 암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렇다.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이며 조기에 발견되는 비율도 낮다. 끝은 어떤가. 발기부전과 요실금이란 상처를 남겨 남성을 더욱 슬프게 한다. 암 완치율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도 전립선암 앞에서는 고개를 못 든다. 하지만 마냥 좌절할 일도 아니다. 전립선암을 '순한 암'으로 만들 것이냐 혹은 '슬픈 암'으로 놔둘 것이냐는 본인에게 달렸다.◆초기라면 100% 완치…말기 발견율 낮추는 게 관건삼성암센터가 조사한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은 94.2%다. 국가암통계로 보면 86.2%다. 수치는 높아 보이지만 몇 기(stage)에 발견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4기는 50%가 채 안 된다.우리보다 사정이 나은 미국은 99%다. 전립선암에 걸리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뜻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현무 삼성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암의 공격성을 평가하는 글리슨(Gleason) 점수가 높을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발견하면 100% 완치 가능하지만 늦게 발견해서 무서운 암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전립선암 전문가들이 매우 안타까워하는 점이다. 전립선암은 국가암검진 대상이 아니어서 50세 이상의 15% 만이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개인과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완치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50세 이상 PSA 검사 비율은 75%에 달한다.한편 우리나라는 여성을 대상으로 위암ㆍ대장암ㆍ간암ㆍ자궁경부암ㆍ유방암 등 5개 부문에서 국가 암검진사업을 진행한다. 반면 남성은 위암과 간암, 대장암 등 3개뿐이다. 전립선암을 제외한 결정은 분명한 결과를 낳았다. 2008년 전립선암은 4913명에서 발생해, 3157명에 머문 자궁경부암을 처음으로 앞질렀다.◆말기라도 치료법 다양해…수술 후 경과관찰 중요4기에 발견된 전립선암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이 센터장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전립선암은 완치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물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늦었지만 식생활을 고치고 건강상태를 좋게 유지하면 얼마든지 생존기간을 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척추 등 뼈나 림프절, 간 등으로 전이가 잘 된다. 말기로 갈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때문에 수술 후 경과관찰도 5년이 아닌 10년까지 본다.어떤 시기에 암을 발견하느냐는 삶의 질과도 큰 관련이 있다. 늦게 발견한 암을 수술하는 의료진은 성기능이나 요실금 등 생명과 관련 없는 사안을 고려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약 70%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종 지표검사를 통해 재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글리슨 점수나 PSA 검사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면 재발 후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며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암이란 점을 환자들이 꼭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눈부시게 발전한 의료분야 중 하나다. 최신식 로봇 수술이 가장 많이 시행된다. 물론 로봇 수술이 생존율을 증가시켰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비용 측면을 제외한다면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 전신으로 전이됐더라도 호르몬요법이 효과를 잘 보이는 편이라, 전이암 생존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치명적 종류에 비하면 치료율이 낮은 편은 아니다.한편 전립선암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의 직계가족은 일반인보다 2.5배 위험이 높다. 이럴 경우 조기검진을 더 적극적으로, 더 빨리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 PSA 검사가 대표적인데 비용도 1만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다.  
이현무 교수는 1984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원자력병원을 거쳐 2003년 삼성서울병원에 합류했다. 비뇨기암센터와 로봇수술센터를 맡고 있다. 대한전립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Q&A 전립선암과의 공존*전립선암은 왜 급증하고 있나전립선암은 북미, 서유럽 남성암의 1위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인구 고령화와 육류소비 증가 및 비만율 상승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기검진에서 PSA 수치가 높다고 나왔다. 전립선암에 걸린 것인가.PSA는 전립선암뿐 아니라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때문에도 올라갈 수 있다. PSA 수치가 상승해 전립선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나 직장수지검사, CT, MRI 검사 등을 받는다. 조직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 해도 일단 PSA 수치가 높았다면 예전보다 더 자주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전립선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수술법을 선택해야 하나.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은 3가지가 있다. 표준 수술은 배를 열고 의사가 손으로 암을 제거하는 '개복수술'이다. 최근에는 잘 시행하지 않는 복강경수술법도 있다. 가장 최신 수술법은 로봇복강경수술이다. 수술법의 선택은 의사의 경험, 숙련도, 환자의 요구 등에 의해 결정된다. 어느 수술법이 더 좋은 효과(완치율)를 보인다는 증거는 없다. 회복기간이나 흉터, 출혈 등 측면에서는 로봇 수술이 우월하다. 전립선암은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암인데, 전립선이 매우 작고 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로봇이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서다. 삼성암센터의 경우 약 60% 환자가 로봇수술을, 40%가 개복수술을 선택한다. *수술을 받으면 기저귀를 차야 한다는데.70% 정도에서 요실금이 발생한다. 이 수치는 의술 발달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1년 정도 지나면 90% 환자가 회복된다. 그 기간 동안엔 기저귀를 차거나 약물치료, 운동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성기능을 살리면서 수술할 수는 없나.수술 시 발기 신경을 보존할 수 있는 상태인가가 관건이다. 수술범위가 작은 초기일수록 신경을 살리는 쪽으로 수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광범위한 절제가 불가피하다고 반드시 신경을 100% 제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신경 분포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술 후 발기력 회복은 환자의 나이, 수술 전 발기력과 연관이 있다. 86% 정도가 18개월 내 자연 회복된다.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약물이나 기구 등을 이용한 재활치료를 받는다. 항문을 조였다 푸는 케겔운동이 도움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은 전립선암에 걸리지 않을까.발생 부위가 다르므로 암에 걸릴 수 있다. 일반인과 똑같이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버지가 전립선암을 앓았다. 자식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직계가족은 PSA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는다(40세 이후). 식단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고칼로리, 고단백, 고지방을 피하고 상식적인 건강식을 많이 먹는다. 비만은 중요한 위험인자이므로 체중관리에 힘쓴다. *전립선암 검사는 언제 받아야 하나.50세 이상이면 1년에 한 번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한전립선학회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 이상을 추천한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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