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세계 최대 전자부품 아웃소싱 전문 업체인 대만 소재 훙하이정밀(鴻海精密)의 궈타이밍(郭台銘·61·사진) 회장이 27일(현지시간) 중국 허난성(河南省)에 있는 한 절에서 불공을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28일 중국 관영 상하이일보(上海日報)에 따르면 휴렛패커드(HP)와 애플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전자제품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OEM)으로 조용히 대량생산해온 훙하이의 창업자 궈 회장이 절을 찾은 것은 관우(關羽)로부터 휴대전화로 계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궈 회장은 지난 9월 절을 찾았을 때 "휴대전화가 갑자기 진동하면서 멈추질 않았다"며 "날짜를 보니 11월 27일로 표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순간 궈 회장은 관우가 자신에게 현신(現身)한 것이라고 생각해 절을 다시 찾게 됐다.중국 삼국시대 촉(蜀) 나라 무장(武將)이었던 관우는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충신의 전형으로 그려져 있다. 송(宋) 나라 이래 민간에서는 그를 무신(武神) 혹은 재신(財神)으로 모시고 있다.지난해 1월부터 훙하이 산하 팍스콘(富士康科技集團)의 중국 광둥성(廣東省) 내 공장에서 근로자들의 연쇄 투신사건이 발생해 최소 13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팍스콘 근로자들의 연쇄 투신사건이 열악한 근로조건과 연관 있는 것으로 봤다. 궈 회장에게 비난이 빗발친 것은 물론이다.훙하이의 주가는 지난 5월 이래 25% 하락했다. 더욱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로 전자산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그러니 허난성에서 19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인 궈 회장으로서는 관우에게 빌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궈 회장의 부모는 본토 산시성(山西省) 출신으로 사회주의 정권을 피해 1949년 대만으로 건너갔다. 대만에서 태어난 궈가 직원 10명으로 훙하이를 창업한 것은 1974년이다. TV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 제조업체로 출발한 훙하이는 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무명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태어난 지 6년쯤 되는 1981년 커넥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이어 PC가 붐을 타면서 훙하이는 황금기로 접어들었다. 이윽고 1988년 선전에 첫 본토 공장을 설립했다. 훙하이는 2000년대 초반 연 평균 62%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나 본토에 투자해온 훙하이는 본토 공장에서 곧 바로 해외 고객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한다.궈 회장은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훙하이는 커넥터 생산 이후 제품군을 수직 확대해 나아갔다. 2000년대 초반 PC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하자 이동전화 제품 생산에도 뛰어들었다.궈 회장의 투자대상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2002년 3000만 달러에 매입한 체코공화국의 한 성(城)이다.훙하이 지분 30%를 갖고 있는 궈 회장은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순재산 57억 달러(약 6조5800억 원)로 179위에 올랐다. 같은 격주간지 포천은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기업인 25인' 리트스에 궈 회장을 6위로 올렸다.이진수 기자 comm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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