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인디아 포춘 소장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인도는 축제의 나라다. 인도의 3대 축제인 디왈리, 홀리, 두세라를 비롯해 연중 이름있는 축제만도 수십개에 달한다. 큰 축제는 보통 10여일간 지속되니 인도인들은 1년 내내 축제를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인들은 축제를 통해 공동체와 어울려 즐김은 물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얼마 전 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에 출장을 갔다가 인도 축제를 실감나게 경험했다. 9월 중순쯤이었다. 마침 주말이라 일이 없어 뭄바이 시내관광을 하고자 했다.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 호텔 측에 요청했더니 "오늘은 가능한 한 차를 타지 마십시오" 한다. 이유를 묻자 "축제 때문에 경찰이 거리를 통제한다"고 답변했다. 축제 이름은 가네시 차투르티. 줄여서 그냥 '가네샤 축제'라고 부른다. 가네샤는 인도인들이 숭앙하는 코끼리 형상의 신으로 이 축제는 가네샤 신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다. 가네샤는 지혜와 부귀를 가져다 주는 신으로 널리 신봉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도인 집에는 가네샤 신상이 모셔져 있다. 택시나 버스 안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가네샤는 '인기 짱'인 신이다. 가네샤 축제는 인도 전역에서 행해지지만 뭄바이가 속한 마하라슈트라 주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성대하게 열린다. 특히 그날은 10일간의 가네샤 축제 행사 중 마지막 날로 가장 화려하게 진행된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 어떤 축제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자동차를 빌려 타고 도심 해안가 도로로 나가자 차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주변은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도로는 경찰이 통제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인파로 인해 마비될 지경이었다. 차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결국 운전수에게 차를 맡기고 내렸다. 거리는 장관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새 옷으로 차려입고 흥겨운 음악소리에 맞춰 행진하며 춤을 추었다. 어린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함께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점차 굵어져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내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젖은 채 동요하지 않고 흥겹게 춤을 추었다. 필자는 이런 모습이 놀랍고 신기해 행렬 옆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자 이를 본 일군의 남자들이 환호하며 함께 춤을 추자고 팔을 잡아끌었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는데, 이번에는 젊은 여성들이 춤을 추자고 제안한다. 원래 춤과는 거리가 먼 '몸치'지만 젊은 여성들의 제의까지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비록 어설프지만 그들 무리에 어울려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모습에 그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순간 옆에서 춤추는 그들이 전혀 이방인이 아닌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자정 무렵에 필자는 호텔로 돌아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빗속에서 새벽까지 즐겼다고 한다. 인도 뉴델리에서 몇 년간 살았지만 인도인들과 함께 춤추며 축제를 즐기긴 처음이었다. 매우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얼떨결에 가네샤 축제를 즐기며 누구나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인도인들의 문화와 여유가 부러웠다. 물론 우리도 과거 설이나 추석, 단오 등 명절 때 남녀노소가 함께 즐겼던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점차 사라졌고,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 생활에 쫓겨 이웃조차 외면하고 산다. 명절 때라고 해야 시골에 서둘러 갔다 돌아오느라 바쁘다. 그런 점에서 축제의 나라 인도 사람들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1년 중 자주 일상에서 탈피해 이웃과 함께 즐기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 인도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지도 모른다. 우리도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통 축제를 복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hwaseoko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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