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과 애플, 대승적 타협 물꼬 터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초청으로 오늘 오전 미국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식이기는 하지만 이 사장이 특허전쟁 와중에 '적진'인 애플을 찾은 것은 안팎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 사장과 쿡 CEO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다면 최근 가열돼 온 두 회사 간 특허전쟁의 해법을 찾아내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현재 전 세계 10개국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의 특허를 서로 상대방이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두 회사는 부품을 주고받고 특허의 일부를 공유하는 등 제휴관계다. 게다가 두 회사는 전 세계 스마트폰 산업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회사가 일부 특허기술을 놓고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사실 볼썽사납다. 그런 식의 싸움은 소비자에게 이롭지도 않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회사 제품이든 그 작동방식, 속도, 인터페이스 등 여러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아직 많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기기 분야의 두 선두업체가 기술개발에 몰두해야 할 시간에 소송에 맞소송을 거듭하며 변호사들의 주머니만 불려 주면 소비자가 그만큼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애플의 제품과 삼성전자의 제품 사이에서 선택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수많은 특허기술 가운데 극히 일부를 가지고 두 회사가 서로 상대방 제품에 대해 판매를 금지시켜야 한다느니, 로열티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느니 하고 다투는 과정에서 이미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분쟁비용이 제품가격에 얹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다. 미국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동맹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기업인 애플과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인 삼성이 불과 몇 가지 특허기술을 놓고 사생결단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겠는가. 이 사장과 쿡 CEO의 이번 만남이 대승적 화해와 타협으로 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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