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고전 피아트, 크라이슬러 있음에

크라이슬러 영업익 피아트 두배 달해..피아트 유럽 점유율 하락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3위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를 품에 안았던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가 이제는 크라이슬러 덕분에 먹고 사는 처지가 됐다.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기가 둔화되면서 피아트가 어려움에 처한 반면 미국 시장에서 크라이슬러 매출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가 거의 두배에 가까운 이익을 내면서 피아트를 돕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에 따르면 피아트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4억6200만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이슬러는 올해 하반기에 피아트보다 87%나 많은 8억6400만유로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져 내년 거래이익(trading profir) 예상치는 크라이슬러가 19억1000만유로로 피아트의 10억8000만유로보다 77%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에 따르면 피아트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지난 8월에 7.3%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8.2%에서 하락한 것이다. 피아트의 인도 물량도 13%나 줄었다. 반면 크라이슬러의 9월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23%나 증가했다. 업계 평균 증가율 10%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피아트의 주가는 지난 3개월 간 40%나 하락했다. 재정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 자동차업체 주가는 모두 약세를 면치 못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피아트는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엥 다음으로 수익률이 좋지 못 하다. 이 때문에 한 시장관계자는 "크라이슬러가 없다면 피아트가 위험해질 것"까지 말했다.피아트는 최근에는 오히려 개발과 경영 자원을 오히려 크라이슬러에 집중하고 있다.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유럽 시장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달 7일 캐나다에서 "피아트는 너무 작고 유럽에서 적절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 약점이 많다"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르치오네는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유럽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며 "올해는 쉬운 시장이 아니며 내년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오네는 지난 4월 인터뷰에서 한 미국 시장이 턴어라운드한 덕분에 유럽 부진을 무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마르치오네는 이탈리아 민간 기업 사용자단체 이탈리아공업총연합에서 탈퇴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노동 유연성이 낮아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생산시설을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최대 제조업 노동조합은 이달 21일 피아트가 이탈리아에서 생산 규모를 줄이는 것에 항의해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현 시점에서 마르치오네는 피아트보다 크라이슬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피아트는 올해 말까지 크라이슬러 지분을 5%포인트 추가로 늘려 58.5%까지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크라이슬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크라이슬러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4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겨우 회복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 210만대였던 크라이슬러의 판매량은 지난해 110만대로 감소해 5년간 무려 48%나 줄었다. 현재 유럽 재정위기에 덮여 있긴 하지만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 정부 역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안고 있다. 미시간대학교의 제랄드 메이어스 교수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에 의존하고 있다면 나쁜 베팅"이라고 지적하며 "왜냐 하면 크라이슬러에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라이슬러가 성공해 지속 가능할 것인지 여부를 아는 데에는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크라이슬러와의 합병 때문에 재정 안정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고 지적하며 피아트의 신용등급을 두 등급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유럽에서 모델의 리뉴얼이 많지 않고 브라질에서 경쟁이 증가하는 것도 등급 강등의 이유라고 지적했다.피아트는 이탈리아 토리노 공장에서 신규 모델 생산 계획을 6개월 이상 연기해 2013년 하반기로 늦췄으며 알파 로메오 모델의 미국 시장 재진출 일정도 2013년으로 미뤘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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