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화 강세는 용인하지 않겠다' 단호한 의지 돋보여
필립 힐데브란트 스위스 중앙은행 SNB 총재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스위스 중앙은행인 SNB는 지난 6일 외환시장에 일대 공습을 가했다. 프랑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프랑화를 유로에 고정하고, 발권력을 동원해 프랑화를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달 초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과대평가된’ 프랑화를 억제하겠다며 프랑 유동성을 800억 프랑에서 1200억 프랑(미화 1650억 달러)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데 이은 시장개입 조치였다. 이는 즉효가 있는 처방이었다. 프랑화의 강세는 곧바로 꺾여 유로화에 대해 8.2%나 하락했다.그러나 스위스가 세계 화폐전쟁을 다시 촉발시켰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그렇지만 화폐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고 내년 성장률 전망이 1.9%에서 0.8%로 절반이하로 꺾이는 등 디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위스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한 힐데브란트의 발표도 동정표를 많이 얻었다. SNB의 외환시장 개입 단행으로 SNB 총재이자 3인 이사회 의장인 필리프 힐데브란트(Philipp Hildebrand.48)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과거 시장개입으로 보유한 유로와 달러의 평가손실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그렇다.SNB는 시장의 이같은 우려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개입을 단행했다. 힐데브란트 총재는 1유로당 1.2프랑으로 환율을 고정시키고 시장에 유로를 무한정 공급하겠다고 선언해 투기꾼이든 투자자든 프랑으로 몰리는 자금의 유입을 차단했다. 골드만삭스 짐 오닐 회장은 SNB의 프랑화 매각 조치로 투자자들이 더 위험한 자산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을 도움으로써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높이 평가했다.힐데브란트는 지난 달 5일 스위스 신문 인터뷰에서 보여준대로 “프랑강세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과시했다. 힐데브란트의 이런 과감함은 금융 전문가로 실력을 쌓은 그의 전력을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과는 무관하던 힐데브란트는 39세이던 2003년 SNB에 합류했다. 그의 임명은 총재가 내부에서 승진하거나 학계에서 상당기간을 보내던 관행에 익숙하던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키가 크고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하며, 스위스 청소년 수영 참피언이자 복싱선수였던 힐데브란트는 내부승진의 관행을 깨버린 것이다. 스위스와 캐나다,영국에서 공부한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럽정치통합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그의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인 무어캐피털에서 보냈다.여기서는 그는 ‘유로’출범까지의 결정정인 시기에 전략수립을 도왔다. 그는 무어에서 돈도 많이 받았고 아내도 만났다. 무어를 관두고 뉴욕을 떠난 힐데브란트는 귀국해 SNB 합류전까지 비상장 은행에서 최고 투자 책임자(CIO)로 일했다. SNB에 합류한뒤 그는 SNB의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주력했다. 최근들어서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촉구해 스위스 주요 은행 은행장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2개월은 그에게는 가장 힘든 도전의 시기였다. SNB는 지난해 7월 프랑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시장개입을 중단하기로 선언했는데 이 때문에 보유한 달러나 유로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스위스 외환보유고 평가손실은 지난 해 1년 동안 200억 프랑(미화 230억 달러)에 이어 올들어 상반기동안 추가로 100억 프랑이 났다. 그래서 힐데브란트 총재에 대한 해임촉구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담대함과 이를 바탕으로한 시장개입 결행으로 프랑은 안정되고 주가는 오른 만큼 그의 판단이 정확했다는 데는 이론을 달 여지가 없어 보인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희준 기자 jacklond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