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기분 전환 위해 명품대여 인기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거요? 샤넬 리미티드 컬렉션으로 올해 출시된 것으로 정가 679만원짜리 제품입니다. 저희 매장에서 대여료가 가장 높은 상품이지만 이것도 이미 예약이 됐네요.”지난달 31일, 역삼동에 위치한 P명품대여점 박모 사장은 진주로 장식된 샤넬 웨스트민스터백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가방의 2박3일 대여료는 15만원. 일주일 동안 빌려 쓸 경우 30만원 정도다. 한국에서는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이미 이달 초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국내 명품 관련 시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짝퉁시장, 명품 중고시장을 넘어서 최근에는 명품 대여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고가의 명품을 정가의 3~5% 수준에서 대여해주는 '명품가방 대여점'이 3년 전 온라인에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생소했던 게 사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비슷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온라인에서 40개 업체가 성행 중이다.이 매장은 총 200여개 명품백을 갖고 있다. '3초 백'으로 알려진 루이뷔통의 스피디 모노그램의 경우 2박 대여에 2만원이며 보테가베네타, 구찌 보스턴백은 3만원 중반대, 샤넬 2.55백은 9만6000원이다. 추석 연휴와 연말연시는 그야말로 대목이다. 루이뷔통 네버풀, 샤넬 2.55 등 인기제품은 추석 연휴 예약이 다 찼다. 심지어 12월25일 크리스마스에 빌릴 제품을 미리 예약한 고객도 있다. 박 사장은 “한 달 장기대여를 할 경우 3주 가격만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루이뷔통 스피디의 경우 20% 추가 할인까지 더한다면 6만원으로 한 달간 내 것처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샤넬의 경우 한 달 대여료가 50만~60만원이기 때문에 장기대여보다 기분전환용으로 잘 나간다”며 “네일아트 몇 번 받지 않는 셈 치고 빌려간다”고 귀띔했다.기분전환용이라면 희소품들도 있을 법한데 매장에는 전시돼 있지 않다. 이유를 묻자 “고객들이 한눈에 명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남들이 잘 모르는 제품은 비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자기 만족보다 남들이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실제로 한 소비자는 “자신감을 얻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개인 사정으로 3일 대여에 하루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대여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며 가격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는 충고까지 덧붙였다.또 다른 명품대여점인 R온라인숍에서는 귀걸이까지 대여해준다. 정가 39만8000원짜리 샤넬 골드 코코 피어스는 2만5000원, 23만7000원짜리 디올 로고링은 1만3000원에 3박4일 빌릴 수 있다.R숍 관계자는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명품을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에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이용문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명품 열풍에 힘입어 올 상반기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씩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이 36%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현대백화점 34.5%, 롯데백화점 31.2% 순이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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