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며칠 전 우리은행에 대출상담을 받으러 갔다. 신용대출을 원한다고 하니 창구직원이 대뜸 "정부에서 (대출을) 규제하고 있는 건 아시죠"라고 반문한다. 거래 실적도 많고 대출 용도도 뚜렷하다고 말해보았지만 "이번 달은 어렵다"는 말로 상담은 끝났다. '혹시'하는 마음으로 인근 국민은행 지점에 가봤다. 분위기가 확 달랐다. 대출한도에 여유가 있다면서 거래실적이 없는데도 곧바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들은 이달까지 대출을 안하지만 국민은 가능하다"는 설명도 해준다. 내친 김에 대출조건을 비교해보기 위해 외국계 은행으로 가봤다. SC제일은행 직원은 "필요한 서류를 갖고 오면 지금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으로 나왔다. 우선 상담만 받겠다고 한 발 물러섰더니 꼭 다시 오라며 명함을 건넨다. 거래실적도 없고 용도도 불분명한데 소득수준만 확인되면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나서면서 농협·신한·우리 등 시중은행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을 일부 재개했다고 하지만 각 은행 창구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했다. 때 마침 추석이 눈앞으로 대출이 몰리는 시기다. 자영업자는 물론 서민들은 주거래 은행에서 퇴짜를 맞은 뒤 다른 은행이나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대출경쟁에서 밀렸던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 기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틈새'를 노려 적극적으로 대출을 세일하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대출의 질 보다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그리고 시장경제의 원칙에 맞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부작용이 없다"라며 "무리한 대출규제는 은행의 전반적 대출수준을 평준화시킬 공산이 큰데다 풍선효과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당국의 이번 조치는 아마추어의 작품이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평가였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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