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테이블에 앉았지만 전혀 다른 꿈을 꾸고 다른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지난 2일 은행회관에서 있었던 SC제일은행 노사협상 얘기다. 양측은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이 무색할 만큼 서로를 비판하고 책임을 떠넘기는데 바빴다. 리차드 힐 행장은 "김재율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한다"고 했고 김문호 전국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대표자 협상에 힐 행장이 불참해놓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며 설전을 벌였다. 핵심 쟁점인 상설 명예퇴직제도 폐지와 후순위발령제도 확대를 놓고도 '이몽'은 계속됐다. 김문호 위원장은 "대립되는 사안에 다 합의하려면 파업을 6개월도 더해야한다"며 '先임단협 타결, 後태스크포스(TF)팀'을 주장했고 제니스 리 부행장은 "공정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평가제도는 직원들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맞섰다. 파업의 핵심쟁점인 성과급제나 현재 사측이 주장하고 있는 상설 명퇴제도 폐지, 후순위 발령제 확대 등을 보면 은행은 '어떤 형태가 됐던 직원들을 성과대로 줄세워 차등 보상하겠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한국적 문화를 무시한 글로벌 자본의 행패"라며 '수용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상설 명퇴 폐지와 후순위 발령제도가 정말 회사발전에 큰 도움이 돼 꼭 시행해야 하느냐"는 김문호 위원장의 질문에 힐 행장은 짧게 '그렇다(Yes)'고 답했다. 'SC'와 '제일'로 양분돼 있는 이 은행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협상장 밖에서도 노사 설전이 이어졌다. 대기중이던 노사 양측 실무진도 팽팽하게 맞섰다. "상황을 제대로 알라"며 상대방을 압박하기에 바빴다. 협상장 안팎에서 노사가 똑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가 많은 양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양보는 양보가 아니다. 오히려 '불신'만 키울 뿐이다. SC제일은행 파업은 오늘로 38일째다. 노사 모두에게 득될 게 없는 이 지루한 싸움을 끝내려면 상대방을 흠집내는 '명분다툼'보다는 '실리'를 나누는 발전적 자세가 필요해 보였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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