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노트북 아스파이어(Aspire) 시리즈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만의 세계적 컴퓨터조립업체 에이서(Acer)는 지난 3월 지안프랑코 란치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을 발표했다. 에이서 측은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블릿 컴퓨터 전략을 놓고 이사회와 란치 CEO사이에 불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사진이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의 전략 전환을 요구한 반면 란치 CEO는 기존 노트북 등 PC시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했고 결국 해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J.T.왕(王振堂) 회장이 CEO를 겸임하게 됐다. 왕 회장은 이미 2005년 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CEO를 맡았던 적이 있다.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29년간 에이서에서만 30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2001년 11월부터 회장직을 맡아 왔으며 현재 대만컴퓨터협회 회장이자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있는 세계의 리더 100명에 뽑히기도 했다.왕 회장은 “란치 CEO는 에이서의 세계시장 성공을 이끈 주인공이지만 태블릿사업 전략에서 이사회와 의견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세계시장의 변화에 맞춰 지금까지 주력인 노트북과 넷북은 물론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로의 선두를 노리겠다”고 밝혔다.이처럼 에이서 수뇌부가 내홍을 겪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저가 넷북 붐을 타고 에이서는 2009년 델을 제치고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했다. 그러나 한편에서 스마트폰이 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기 시작했고, 2010년 애플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시작된 태블릿PC 붐까지 일면서 넷북 시장은 얼어붙었다. 최대 넷북 제조사였던 에이서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시장 PC 매출은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서의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이상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만 42%가 줄었다. 반면 애플은 아이패드와 아이맥(일체형PC) 등의 힘으로 에이서와 도시바를 제치고 미국 시장 3위로 도약했다. 전통적인 하드웨어조립생산업체들이 답보상태인 반면 소프트웨어, 모바일 등 전방위적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무섭게 치고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왕 회장의 결단에 따라 에이서는 PC조립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는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2일 에이서는 미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개발업체 아이지웨어(iGware)를 3억2000만달러(약 336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에이서는 인수대금 중 1억7000만달러를 신주발행으로, 1억5000만달러는 현금으로 지급하며 아이지웨어를 에이서 클라우드 테크놀러지(Acer Cloud Technology)로 개명하는 한편 실적에 따라 아이지웨어의 스탭들에게 7500만달러의 성과급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에이서의 클라우드시장 진입도 빠른 것은 아니다. 이미 애플을 비롯해 휴렛패커드(HP),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 하는 업체들이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에 뛰어든 상태다. IDC는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이 2015년까지 연간 27%씩 성장해 730억달러 규모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에이서가 클라우드 서비스보다는 우선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구조부터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에이서가 급변하는 세계 IT시장 환경의 한가운데 놓인 가운데 키를 잡은 왕 회장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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