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계 경제 1, 2위국 미국과 중국이 국제사회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세계 제2위 산유국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에 중국이 원유 수입의 대가를 달러로 지불하지 않고 중국산 제품과 서비스로 지불하는 '물물교환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중국은 현재 200억달러 이상의 이란산 원유 수입 미결제분에 대해 달러 대신 중국산 제품과 서비스로 대체하는 방법을 모색중이다.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로부터 지난해 6월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에 달러 송금 시스템이 정상 가동을 못하고 있고, 이에따라 중국이 지난 2년 동안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지불하지 못한 결제금 규모는 총 300억달러 정도다.이란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운데 3분의 1을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가 원유 수입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이란 경제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중국이 물물교환 시스템 도입으로 숨구멍을 만들어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인도도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 결제대금 50억달러를 빚지고 있지만 이란으로서는 원유 수출 외에 교역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인도로부터 돈이 들어오기를 기대할 수는 노릇이다. 이란은 지난주 인도에 외상으로 더 이상 원유를 수출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중국은 이란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눈을 피해 이란에 대한 교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해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수입한 원유의 양은 지난해 보다 49%나 증가했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293억달러로 2009년 보다 40% 늘었다.이달 들어 양국은 수교 40주년을 맞아 3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광산자원 개발 및 청정 에너지 사업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며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 이란 제재 틈새를 공략해 원유 수입과 인프라 투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는 반면 미국은 메콩강 주변 동남아 국가의 경제적 지원을 쏟아부으며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고 있다.메콩강 인근 국가들은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로 대치하고 있지만, 도로, 항만, 고속철 건설 등 중국의 경제개발 투자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 불편한 관계 사이에 미국이 개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메콩강 하류 인접국 지원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원 영역을 확대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유럽연합(EU) 등을 메콩강 지원 사업에 끌어들이겠다고 했다.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이와 함께 "메콩강 하류 인접국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이 이 지역 사람들을 더 잘 살게 하겠다는 약속을 반영한 것"이라며 "번영을 향해 기초를 다지고 있는 메콩강 인근 국가들의 노력을 우리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의 메콩강 하류 인접국 지원 프로그램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009년 처음 도입했다. 당시 계획은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에 2억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항목별로는 교육( 325만달러), 환경(6900만달러), 의료보건(1억4000만달러), 인프라(900만달러) 등이 주요 투자 내용이다. 미국은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메콩강 하류 인근 국가 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중국과 외교적 충돌을 하면서까지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등 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에 적극적이다.박선미 기자 psm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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