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백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인 파3, 14번홀. 그린 뒤는 구름이 아니라 대서양의 파도로 만들어진 포말이다.
최고의 난코스를 만났다. 아일랜드 관광청의 초청으로 수도 더블린을 거쳐 샤논공항에 도착한 뒤 40분을 더 달려 둔백골프장(Doonbeg Golf Club)의 롯지에 여장을 풀었다.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찬사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가혹하리만큼 난이도가 높아 원성을 사는 곳이다. 일반골퍼들은 기피할 정도의 전통적인 링크스코스다.그렉 노먼이 2002년 18홀 규모에 전장 6885야드의 코스를 완성했다. 짧은 역사에 비해 클럽하우스는 무척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밖으로 펼쳐진 숨막힐듯한 코스의 풍경이 펼쳐져 플레이를 잊게 할 정도다. 코스 역시 14개 홀에서 대서양의 장엄한 코발트색 바다와 출렁이며 해안을 때려 일어나는 흰색 포말을 볼 수 있다. 키가 185cm되는 캐디가 배정됐다. 첫 마디가 "핸디캡이 얼마냐"고 물어본다. 12에 구력 30년이라고 하자 여기서 100타 이내로 치면 캐디피를 받지 않고 100타를 넘기면 볼 한 줄을 달라는 내기를 제안한다. 좋다고 승낙을 했건만 이렇게 난이도가 높은 골프장에서 과연 스코어가 얼마나 나올지 영 불안했다. 허허벌판 곳곳에 벙커가 숨어 있고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허리키만한 관목과 해안에서 자라는 질긴 잡초가 골퍼들의 미스 샷을 기다리고 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 세기와 강도를 가늠할 수 없어 캐디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샷을 하기만 하면 페어웨이벙커나 러프 속, 아니면 로스트볼로 이어지는 바람에 더블보기가 기본이고 트리플에 일명 양파가 속출해 9홀을 마치면서 이미 볼을 다 잃어버려 사러가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화가 난 얼굴을 한 필자를 보자 캐디는 그렉 노먼도 첫 라운드 때 공을 다섯 개나 분실했다며 위로했다.압권은 14번홀(파3홀ㆍ111야드)이다. 30m의 모래언덕 위에 만들어진 홀로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는 깊은 습지, 25도 기울어진 그린 뒤에는 대서양의 망망대해가 입을 벌리고 있다. 좌측은 낭떠러지, 우측은 잡초로 뒤덮인 작은 구릉이다. 전장은 짧지만 강풍 속에서 드라이버로 쳐도 그린에 올리기가 어렵다. 심할 때는 티잉그라운드로 볼이 되돌아 올 정도라고 하니 가히 바람의 세기를 알 수 있다.노먼의 위대한 작품이지만 아마추어골퍼에게는 오히려 골프의 흥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됐다. 신이 만들어 준 해안가에 '나는 코스를 앉히기만 했다'는 이 골프장을 떠나는 필자에게 직원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캐디를 맡았던 존은 입에 손을 댔다 떼면서 아듀를 고했다. 그의 제스처 속에는 골프가 어려워도 화내지 말고 침착하게 플레이하라는 암시가 섞여 있는 듯했다.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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