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케냐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사내가 있다. 본사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있지만 글로벌 야망을 키우고 있는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크래프트 실리콘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카말 붓다바티(36)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크래프트는 아프리카·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4대륙 40개 국가의 고객기업 200여 곳에 첨단 금융·모바일 솔루션과 전자지불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들 고객기업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내로라하는 일부 금융기관도 있다. 크래프트는 케냐·인도·나이지리아·미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케냐에서 크래프트처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에 지사를 둔 업체는 거의 없다.크래프트의 시장가치는 5000만 달러(약 540억 원)로 연간 매출 규모가 600만 달러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SAP·인포시스 같은 기업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이지만 아프리카 기업으로서는 대단한 규모다.인도 서부 연안에 자리잡은 작은 상업도시 잠나가르에서 신문팔이로 생계를 꾸려가던 붓다바티의 아버지는 아들을 대학에 보낼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붓다바티는 남들보다 배나 노력해 대학에 진학한 뒤 물리학을 전공했다.붓다바티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그는 심심풀이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이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인도의 철저한 신분체제에 발이 묶여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그 즈음 한 친구가 나이로비에서 데이터 입력 작업자를 구한다고 전해주자 붓다바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케냐로 향했다. 그는 바람대로 일자리를 얻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단순한 데이터 입력 작업에 싫증이 나고 말았다.그러던 중 2000년 한 은행에서 결제 프로그램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붓다바티는 자신의 프로그래밍 기술을 최대한 발휘해 근무 중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나 사장이 이를 알게 돼 해고당한 뒤 인도로 돌아가야 했다.결제 프로그램을 완성하지 못한 붓다바티는 구걸하다시피 돈을 모아 나이로비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나이로비의 허름한 단칸방에서 친구와 함께 기거하며 돈을 아끼려 하루 한 끼만 먹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달렸다.이윽고 결제 소프트웨어가 완성됐다. 이에 만족한 은행은 붓다바티에게 두둑한 돈봉투를 건넸다. 이에 고무된 그는 결제 소프트웨어를 다른 은행과 금융기관들에도 팔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결제 소프트웨어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 은행·금융기관은 비슷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발주했다.이렇게 해서 2000년 크래프트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크래프트는 나이로비에 500만 달러 상당의 본사를 마련했다. 직원 200여 명이 생활하는 본사 구내에는 무선 인터넷 시스템, 수영장, 헬스장, 바, 농구장까지 갖춰져 있다. 크래프트 직원들은 두둑한 연봉에 공짜 점심, 광범위한 의료혜택을 누린다.그러나 붓다바티는 아직 배 고프다. 그는 언젠가 런던이나 뉴욕 증시에 크래프트를 상장할 계획이다.이진수 기자 comm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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