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열차로 만든 '김정일로드', 무엇이 오고가나?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양낙규 기자, 지연진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일 새벽 중국을 방문한 후 사흘간 야간열차로 이동하며 벌써 3000㎞를 강행군했다. 최근 북한과 경제협력이 가속화 되고 있는 동북3성에 이어 22일에는 양저우(揚州)를 방문했으며 곧 난징(南京), 상하이(上海)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김정일로드'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개방개혁을 통해 경제개발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고 제안한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경협과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합의점을 이끌어낼 지 관심을 끈다.
◆경제에 초점 맞춘 '김정일로드'= 한때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됐던 김 위원장의 이번 강행군은 다소 의외라는 게 전문가들 반응이다. 강행군의 배경에는 내년 '강성대국의 해'를 앞두고 북·중 경협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중국의 식량 지원을 이끌어내고, 김정은으로의 세습을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김 위원장의 방중(訪中) 첫번째 키워드는 '경제'다. 북한을 떠난 직후 투먼-무단장-하얼빈-창춘 등의 동북3성 주요 거점을 연이어 찾았다. 이는 북한과 중국 간에 논의가 이뤄지는 창춘-지린-투먼을 거점으로 한 이른바 '창·지·투(長吉圖) 계획'과 관련해 모종의 성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분석에 힘을 싣게 만든다. 무단장에선 자동차시설을 시찰한 것으로 관측됐다.중국이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3성과 상하이, 북한의 나선항을 연결하는 물류기지로 만드는 작업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이 동북3성의 지하자원과 곡물 목재 등을 산업시설이 밀집한 남부지역으로 운반하는데 북한의 나선항에서 배를 이용할 경우 물류비의 3분의 1로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은 동북 지역의 훈춘과 북한 나선시를 잇는 도로 착공식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김 위원장이 2001년 "천지개벽했다"고 했던 상하이를 10년만에 다시 찾을 경우, 중국식 개혁개방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개방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2일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한·중, 北에 '세습인정'카드 쓸까= 중국은 김 위원장과의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에 식량 지원과 경협 확대를 약속하는 대신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태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포기와 관련해, 이 대통령과 원 총리는 비공개로 열린 단독 정상회담에서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 등과의 회담이 이뤄질 경우, 중국측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을 만난 중국이 김 위원장과 어떻게 조율을 해갈지도 관심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에서 평화협정 등을 통해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김정은으로의 세습까지 인정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는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세습인정' 카드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형제국가'라고 할 만큼 가까운 북·중 관계지만, 북한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영향력도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세습인정' 카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이 올들어 과도한 경호문제 등을 이유로 김정은의 단독방중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일종의 '북한 길들이기'라는 해석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은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의 방북을 앞두고 중국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를 밝힘으로써 중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여주면서 한반도 대화국면을 만들어내려고 할 수 있다"며 "북·중간의 경제협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식량지원이 재개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환경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조영주 기자 yjcho@양낙규 기자 if@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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