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母國..한국 아빠-인도네시아 엄마 '병민이네'

1998년 최수봉(가운데 오른쪽)씨를 만나 인도네시아에서 결혼이민을 온 숙아띤(가운데 왼쪽)씨는 쌍둥이 자녀 둘을 뒀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최병민(왼쪽)군과 최주현(오른쪽)양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나 같은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도 똑같은 친구, 가족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인도네시아!"최병민(12)군의 담임 선생님이 최군을 부르는 소리였다. 4학년이 되던 날의 일이다. 최군의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선생님은 '병민'이라는 이름 대신 최군을 '인도네시아'라고 불렀다. 학기 초라 학생들의 이름을 잘 몰랐던 선생님은 별 뜻 없이 부른 것이었지만, 최군은 순간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던 최군에게 아이들이 다가와 '너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지?'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친구들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집에 와서야 터졌다. 최군은 울먹이며 엄마에게 물었다. 자신은 어디서 태어났느냐고. 유치원을 다닐 때나 초등학교에 입학해 3학년을 마칠 때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던 터라 최군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최군의 어머니 숙아띤(35)씨는 그 길로 학교를 찾아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연신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숙아띤씨는 교장 선생님까지 만나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학교 문을 나섰다.지금은 5학년이 된 최군을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만났다. 최근 학교 생활이 어떤지 묻자 최군은 "이젠 예전처럼 놀리는 친구들도 없고, 오히려 인도네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물어오는 친구들이 많아요"라며 웃어보였다. '너 인도네시아 사람이지?'라는 말 대신 '인도네시아는 어떤 나라야?' '나도 인도네시아 가봤어' '인도네시아에선 어떤 음식을 먹어?'라는 말을 건네는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군은 "지금은 친구들과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4학년 때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며 "나 같은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도 똑같은 친구, 가족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다문화가정 자녀 가운데 초등학교나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8~19세 청소년은 모두 3만1700명에 이른다. 어린이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잘 보듬어 줄 수 있는 포용심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이유일까.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은 올해 더 특별한 어린이날을 맞이하게 됐다. 5일 충남 서산에선 다문화 음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문화가족 인식개선' 행사가, 금산에선 다문화 의상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다문화 어린이 잔치'가 열린다. 7일 태안에선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한국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가족과 함께하는 가족사랑의 날'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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