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또 다른 기업 발목잡기?

재계, 감시·견제 기업활동 저해···관료주의 비유에 반발[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26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관련 발언과 관련해 재계는 예상치 못한 강한 압박이라며 큰 충격을 받았다.특히 특정 기업을 실명으로 거론해가며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경영을 견제해야 한다는 곽 위원장의 언급과 관련해 "정부가 사회주의로 나아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그가 언급한 국민연금 지분 5% 이상 보유 기업 139개사는 국내 대표 기업들로서, 재계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실시할 경우 기업 경영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A사는 이날 오전 회장이 주재하는 그룹 운영위원회 도중 곽 위원장의 발언 요지를 전달 받은 뒤 회의 주제를 긴급히 변경하고 그 진의를 파악하는 데 고심했다.A사 관계자는 "사전 예고되지 않은 것이라 경영진들이 당황해 하며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며 "발언대로 라면 올바른 시장경제 창달에 역행하는 처사다. 그동안 대ㆍ중소기업 동반상생,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및 소외계층 보호 등 정부의 정책에 충실히 따라온 재계를 거대 관료주의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B사의 경우 오너가 없는 일부 기업의 경우 방만한 사업 확장 등 주주가치를 하락시켰다고 하는데 서운해 하는 모습이다. B사 관계자는 "비오너 기업들은 국내외 평가기관으로부터 최고의 지배구조라고 인정받았고 어려운 시장 여건상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해 배당을 실시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한쪽으로 치우쳐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우려될 만한 사안이다"고 전했다.C사도 "국민연금의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될 경우 자율적 기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필요에 따라 진행되는 경영 판단이 정부 입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정부의 최고 책임자중 한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D사의 경우 "지금까지도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해왔고 회사의 경영방향에 대한 의견도 밝혀왔으며, 회사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참고해 왔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다"며 "선진국의 주요 연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는 데 펀드 형식의 투자자본인 이들 연기금도 수익률 확대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지, 경영진들의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비전문성도 제시됐다. E사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국민연금공단이 기업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투자의 관점으로 주식을 매입한 이상 주주권 행사는 또 다른 규제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치논리에 의한 관치 목적의 지배구조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경영안정화를 훼손해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지양돼야 할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목적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자체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극대화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전경련은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앞서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정부 또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며, 수많은 기업의 경영상황을 연기금이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기업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 지배구조는 빠른 결정력, 실행력, 과감한 투자 판단 등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면서 "일부 대기업에서 나오고 있는 잘못된 경영관행을 시정하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큰 부작용을 갖고 올 것이다. 자본주위 시장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날 곽 위원장은 대기업의 관료주의 등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켰다. 오래전부터 국민연금의 권리행사는 논의돼 왔고 실행돼 왔는데 왜 굳이 이 시점에 강하게 멘트를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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