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빈│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뮤지션의 음악

개성 강한 동료들 사이에서 이름도 얼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 개그맨이었다. 그러다 100만 안티를 양병하는 왕비호 캐릭터로 순식간에 존재감을 남겼다. 너무 강렬해서 이름 대신 왕비호만 남을 줄 알았다. 그러다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멤버가 됐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홍수 속에 그저 그런 신생 프로려니 했다. 그런데 ‘1박 2일’ 못지않은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옳다구나 버라이어티로 갈아탈 줄 알았다. 그런데 KBS <개그콘서트>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히트시키고 후배 김지호를 밀어줬다. 예능의 양대 분야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으니 안주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왕비호를 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느라 고심 중이다. 윤형빈 이야기다. 물론 그는 왕비호 이전에도 고심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달라진 건 어쩌면 그가 아닌 우리다. 그가 가져올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음악을 이용한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로 음악과 코미디를 결합한 콘텐츠들이 취향에 맞기도 하고요. 힙합이 들어간 ‘드라이클리닝’을 만들고, 실제로 오버액션이라는 밴드를 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남자의 자격’ 사회인 밴드 미션에서 김태원의 가장 큰 총애를 받을 정도로 윤형빈이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취미 혹은 취향이 뚜렷하다는 것과 이를 자신의 일과 접합한다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음악을 기반으로 한, 좀 더 재밌는 작업을 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미 동료 박휘순의 슬프고도 웃긴 싱글 ‘보이나요 내 눈’을 작사 작곡 및 프로듀스하며 진지함과 웃음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작업을 했던 그는 과연 앞으로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을 벌일 수 있을까. 독특한 퍼포먼스와 좋은 음악,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다음 뮤지션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hr/>
1. Tenacious D의 < Tenacious D >“음악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요. <티네이셔스 D> 역시 코믹 스타 잭 블랙이 이끄는 밴드이기 때문에 주목해서 보고요.” 윤형빈이 가장 먼저 추천한 밴드는 사탄으로부터 지구를 구했던 (물론 영화 <티네이셔스 D>에서) 어쿠스틱 메탈 밴드 티네이셔스 D다. 그 스스로 엄청난 록 마니아로서 <스쿨 오브 락> 같은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은 잭 블랙이 카일 개스와 결합해 만든 <티네이셔스 D>는 스스로 희화화의 대상이 되는 걸 꺼리지 않지만 음악만큼은 대충 만들지 않는다. 윤형빈이 추천한 곡 ‘Tribute’ 뮤직비디오에서 그들은 노래방에서 곡을 녹음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귀에 착착 감기는 기타 리프와 노래 연기를 보여주는 잭 블랙의 보컬은 결코 범상치 않다.
2. The Lonely Island의 < I'm On A Boat (Single) >“워낙 곡에 욕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나마 적게 들어간 곡이 이거”라며 윤형빈이 추천해준 더 론리 아일랜드의 곡은 ‘I'm On A Boat’다. UV가 영향을 받았노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Dick In A Box’의 주인공인 더 론리 아일랜드는 2001년 결성된 코미디언 겸 가수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떤 스타일인지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들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추천 곡인 ‘I'm On A Boat’를 비롯해 패러디와 음악을 결합한 작업물을 볼 수 있다. 워낙 격의 없는 코미디를 추구하다 보니 속어가 난무하지만 불편하기보다는 유쾌하고 신선하다. 첫 가사부터 ‘Aww Skit’으로 시작되는 ‘I'm On A Boat’ 역시 마찬가지다.
3. OK Go의 < A Million Ways >코믹한 동영상이라면 이들, OK Go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밴드를 가장 처음 접한 게, 뒷마당 춤(backyard dancing)을 추는 동영상이었어요. 진짜 뒷마당에서 이 사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되게 재밌었는데 그게 ‘A Million Ways’의 뮤직비디오였어요.” OK Go의 뒷마당 춤은 유튜브 공개 당시 수 만 명의 지지와 열광을 이끌어냈고, 2006년 공개한 ‘Here It Goes Again’ 뮤직비디오에서는 러닝머신 댄스를 보여주며 유튜브 역대 최고 비디오 베스트 10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만큼 그들의 퍼포먼스는 코믹한 동시에 중독성이 있는데, 조금 투박한 기타 톤이지만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밝은 록 사운드는 퍼포먼스의 분위기와 일체를 이루며 OK Go만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4. 슈퍼키드(Super Kidd)의 <2집 Action Lover>그 어느 때보다 유쾌한 이 플레이리스트에 한국의 슈퍼키드가 빠질 수는 없는 일이다. “공연할 때도 굉장히 유쾌하게 하는” 이들의 무대에는 록킹한 연주와 막춤, 그루브와 만담이 결합되어 있다. 더 놀라운 건, 퍼포먼스가 아닌 음반만으로도 이런 특유의 현장감을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윤형빈의 추천 곡 ‘잘살고 볼일입니다’가 수록된 앨범 < Action Lover >에서 그들은 Intro ‘빰빰빰’으로 마치 공연하는 약사와 같은 등장을 알리며 청자를 감상이 아닌 관람의 세계로 데려온다. 스스로를 ‘사랑의 전령사 액션러버’라 칭하는 그들은 타이틀곡 ‘Lone Dance’를 비롯해 의외로 씁쓸하고 슬픈 내용의 ‘그녀가 나를 싫어하네요’ 등 모든 곡에서 엄청난 폭발력과 유쾌한 에너지, 긍정적인 웃음을 보여준다.
5. Lionel Richie의 < Back To Front >이건 조금 의외, 아니 에러 같기도 하다. 티네이셔스 D와 더 론리 아일랜드가 모인 이 플레이리스트에 라이오넬 리치라니. 그것도 서정적인 대표곡 ‘Hello’라니. 하지만, 윤형빈의 설명을 들어보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Hello’ 뮤직비디오를 보면 내용이 굉장히 진지한 듯하면서도 재밌어요. 엇박자가 있는 건데, 그걸 박휘순 씨 앨범 만들 때 고려했어요. 박휘순 씨 노래도 본인은 되게 슬프고 진지한데, 옆에서 보는 사람은 웃음이 나오는 그런 정서잖아요.” 사실 라이오넬 리치가 짝사랑하는 여자의 옆을 계속 따라다니며 노래 부르는 뮤직비디오가 그런 엇박자의 웃음을 고려한 건지, 단지 오래된 연출의 촌스러움과 어색함이 의도치 않은 웃음을 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라이오넬 리치, 큰 웃음 주셨다. <hr/>
“기획 음반 같은 것도 내보고, 오버액션 음반도 나올 거 같아요. 그리고 OK Go 같은 밴드처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보자고 반쯤 장난삼아 오버액션 멤버들끼리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공개 코미디 무대, 혹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카메라에 스스로를 한정시키지 않는 윤형빈의 상상력은 생각보다 먼 곳까지 뻗어 갔다. “그래도 음악적인 부분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음악 하시는 분들이 봐도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할 정도는 되어야죠. 우리 팀에서 기타 치는 이교원은 허경영 씨 ‘콜 미’ 제작했던 친구고요, 드러머는 SM엔터테인먼트 콘서트에도 참여하고, 베이스 역시 슈퍼주니어 앨범에 참여할 정도로 음악적으로 손색이 없는 친구들이에요. 모이면 가볍고 재밌지만, 음악에는 진지한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재밌는 걸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윤형빈 본인에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새로운 세계를 궁리하는 건, 그 자체로 즐거운 일 아닐까. 하지만, 그 즐거움이 너무 길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성과를 직접 보고 싶은 우리들을 위해.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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