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기업, 원자력의 '원'자도 꺼내지마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해 연말까지만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는데, 불과 4개월여 만에 가족들에게마저 원망의 소리를 듣고 있다."한 중견 중공업 업체 임원이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정부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계기로 원전 관련 사업을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삼겠다고 선언했다. 몇몇 사업 참여하는 성과도 올린 덕분에 잘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컸단다.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모든 것을 뒤집어버렸다. TV로, 인터넷으로 원전의 위험을 목격한 시민들의 눈이 싸늘해졌고, 설비 발주사들도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비난 대상에 왜 우리도 끼여드는 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했다.이 업체 뿐만 아니다. 국내 유일의 원자로 생산업체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S&T중공업 등 원전 관련 기업 임직원들은 '원자력'에 '원'자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담당자도 "지켜봐야죠"라는 대답이 전부며, 어떤 이는 아예 언급을 피했다. 얼마나 힘든 지경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원전 업계로서는 되도록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한반도 상공에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마저 나오자 설상가상이라며 당분간 사업 추진은 어렵다고 보고 조용히 머리 숙이고 있겠다는 분위기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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