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군이 지난 19일 리비아를 공습한데 이어 영국이 21일 2차 공습을 단행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에 따라 머지 않아 독재자 권자에서 물러나고 리비아에도 민주화 바람이 부는 새벽이 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지난 달 중순 아랍권 민주화 바람을 타고 시작된 리비아 시위 사태는 1개월여 만에 서방과 카다피간의 대결로 비화했다.
◆영국 2차 공습 선봉=영국이 리비아의 방공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미사일 공습을 재개하는 등 서방 연합군이 2차 공습 태세에 들어갔다. 존 로리머 영국군 소장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영국이 두 번째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중해에 있는 트라팔가급 잠수함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리머 소장은 “영국과 다국적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973호 결의안을 지지하는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덴마크의 F-16 전투가 4대가 이탈리아 시칠리아 공군기지에서리비아 상공을 향해 출격했으며, 이탈리아도 8대의 전투기가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배치해 두고 있다.카타르도 아랍권에서는 최초로 서방의 군사작전대오에 전격 합류했다.
◆작전명 ‘오디세이의 새벽’= 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군 공군기들이 19일 리비아의 5개 도시에 있는 주요 군사 시설과 대공방어기지, 탱크와 장갑차 등을 폭격하고, 미사일로 공격한 미국의 작전명은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이었다. 오디세이의 새벽은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에서 빌려온 것이다. 오디세이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지중해를 무대로 한 트로이전 참전을 거부하다 뒤늦게 참전 후 맹활약해 대승을 거둔 데서 따왔다고 한다.프랑스와 캐나다가 붙인 작전명은 좀 다르다. 프랑스는 '하르마탄(Harmattan)', 캐나다는 '모바일(Mobile)'이다. 이들은 모두 이번 작전이 험난한 여정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하르마탄은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사하라 사막 남쪽에서 기니만 쪽으로 부는 모래먼지를 동반한 강한 바람을 말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번 공습의 총대를 맨 것도 이같은 작전명칭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캐나다의 ‘모바일’은 1년 내내 지중해에 부는 강한 남서풍을 뜻한다고 한다.
◆강풍처럼 첨단무기 이용, 리비아 방공망 일격에 파괴=다국적군은 리바이의 장거리 대공 미사일 SA-5, 조기경보 레이더, 통신장비 등으로 구성된 리비아의 방공망을 파괴했다. 이는 지난 17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비행금지 구역 설정에 따른 공중 정찰 활동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반(反) 카다피 세몰이에 앞장서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작전 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이날 군사작전에는 프랑스, 영국,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5개국이 참여했다.20여대의 프랑스 공군의 라팔, 미라주 전투기들은 이날 연합군 병력으로는 최초로 리비아 영공에 진입해 GMT 기준 오후 4시45분께 반군 거점인 동부 벵가지 상공에서 리비아군의 탱크와 군용차량을 공격했다.프랑스군의 첫 공격 이후 몇시간 뒤 유도탄 구축함인 USS 스타우트와 USS 배리,핵 잠수함인 USS 프로비던스, USS플로리다, USS스크랜턴 등 미국과 영국 해군 함정들이 리비아 방공망 시설들을 목표로 112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윌리엄 고트니 미 해군 중장은 미국과 영국 함정들이 리비아 북부 해안에 자리한 리비아 군사시설 20곳을 목표로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군은 또 20일 오전 트리폴리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 이 가운데 일부 포탄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인근에도 떨어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프랑스군 전투기가 벵가지 남서부에서 카다피군 탱크 4대를 파괴했다고 전했다.리비아 국영TV는 이날 리비아군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해 “트리폴리의 민간 시설이 ‘십자군 적(crusader enemy)’ 전투기들에 폭격당하고 있다”면서 서부의 주요 도시 미스라타에서는 연료저장 탱크가 피폭됐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973호=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유엔안전보장회의 결의안에 따른 조치다.유엔 안보리는 리비아의 벵가지에서 첫 시위가 발새안 지 한달여만에 유엔의 군사개입을 승인하는 결의한 1973호를 지난 17일 채택했다.이 결의안 의결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이 찬성하고 중국과 러시아, 독일 등 5개국이기권했다. 안보리 결의안 1973호는 “카다피군의 공격을 받는 민간인과 민간인 밀집지역 보호를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승인함으로써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도 설정했다.결의안 채택직후인 18일 리바아 정부는 “즉각적인 정전과 모든 군사작전 중단 결정” 발표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그러나 서방은 공습의 명분을 차근차근 축적했다. 제라르 아로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는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19일 파리 정상회의 직후 수 시간 내로 리비아 군사개입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비무장 민간인 공격 책임자는 누구든 법의 심판 받을 것”이라고 카다피 정권에 경고했다.또 오바마 미국 대통령, 리비아 정부에 즉각적인 정전 결정 이행 촉구하면서 안보리 결의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군사 개입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국가들의 거듭된 경고에도 리비아 정부군이 19일 새벽 반정부 세력의 거점인 벵가지를항공기와 야포를 동원해 폭격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고 결국 공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위 한달만에 분단국가된 리비아=서방국가들의 리비아 공습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을 막기 위한 조치다.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처음 일어난 것은 지난 달 15일 리비아 제 2의 도시 벵가지에서다. 튀니지에서 발생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를 거쳐 마침내 리비아에 도달한 것이다. 42년간 카다피의 독재하에 있던 리비아 국민들은 2월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분노의 날’ 행사를 열자고 제안함으로써 시위규모가 점점 커졌다. 이날 행사는 2006년 벵가지에서 열렸던 이슬람주의자 집회에서 14명이 숨진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민주화 시위로 전환,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로 사상자 수십명 발생했다.이에 항의해 같은 달 21일 리비아 외교관들이 잇따라 사임했고 시위는 격화됐으며 카다피의 해외 도피설이 나돌았다.그러나 카다피는 2월22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국영TV에 등장, 해외 도피설을 부인하고 시위대를 ‘쥐’라고 부르면서 정부군에 시위대 진압 지시했다. 반정부 세력은 리비아의 동부와 서부의 다수 도시를 장악하고 5일에는 벵가지에서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 설립, 리비아 국민의 유일한 합법적인 대표 자처했다.이에 카다피는 9일 반정부 시위대 배후에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정부군에 맹공을 퍼부어 10일에는 수도 트리폴리 인근지역인 자위야를 탈환했다.리비아 정부군은 16일 반군 근거지인 벵가지 인근까지 진격했고, 카다피의 아들이자 리비아 정부의 2인자인 세이프 알-이슬람이 반란이 48시간 내에 진압될 것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반군의 최후 보루인 벵가지 수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일격을 맞았지만 카다피 정부군은 결사항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특히 카다피 지지자들도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서방이 공습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시설물에 모여 인간방패를 자처했다. 수 백 명의 카다피 지지자들은 이날 국제공항과 카다피 관저, 군사시설이 모여 있는 트리폴리 복합단지 주변으로 몰려들어 리비아 국기를 흔들고 카다피 초상화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리비아는 반 카다피 세력과 친 카다피 세력으로 완전히 양분된 모습이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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