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올 첫 수주 모두 ‘드릴십’

시장 사실상 독점···국내 업체간 경쟁 치열

지난해 12월 6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드릴십 명명식에서 ‘오션 리그 코르코바도’호를 포함해 회사가 건조 중인 카디프 마린의 드릴십 4척이 동시에 접안돼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올해 첫 선박 수주를 모두 고부가가치 선박인 드릴십으로 기록하면서 연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삼성중공업은 16일 미주지역 선주사와 11억달러(1조2450억원) 규모의 드릴십 2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척당 건조단가는 5억5100만달러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프라이드로부터 드릴십 1척을 수주한 이후 3개월만에 수주실적을 올렸다.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4일 세계적인 원유·가스 시추전문회사인 미국 다이아몬드와 5900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들어 이미 5척의 드릴십을 수주했으며, 최소 2척 옵션이 남은 상태라 추가 계약 가능성이 높다.대우조선해양도 1월 31일 미국 해양시추 회사인 앳우드 오세아닉스로부터 심해 시추용 드릴십 1척을 수주하며 첫 물꼬를 튼 뒤 드릴십만 3척을 수주했다.이로써 빅3는 올해에만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중 10척을 싹쓸이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대형화 심해 드릴십 설계 기술이 없고 중국은 아직 드릴십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국내업체간 시장 경쟁구가 이어질 전망이다.‘드릴십(Drill Ship)’은 수심이 깊거나 파도가 심해 플랫폼과 같은 고정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 수심 3000m가 넘는 깊은 해저에 구멍을 뚫어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고도의 기술력과 설계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척당 가격도 일반 선박에 비해 훨씬 비싸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표주자로 꼽힌다.육지에서 캐내는 원유에 비해 바다 한가운데서 퍼 올리다 보니 드릴십의 원유 생산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따라서 유가가 현재보다 낮았던 지난 1998년 이후 발주가 중단됐다가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2005년부터 다시 수요가 생겨났다.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해저 유전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드릴십 발주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빅3는 각각 자체 개발한 고유 선종을 내세우며 치열한 수주전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드릴십 ‘오션 리그 코르코바도’호

◆영하 40℃북극해서도 조업=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0년 이후 발주된 63척 중 34척을 수주해 54%의 점유율을 보이며 이 분야 수위를 달리고 있다.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은 길이 228m, 폭 42m, 높이 19m, 배수량 9만7000t 규모로 바다 위에서 해저 12km 깊이까지 드릴장비로 파 내려갈 수 있다.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PS)란 첨단 위치제어 시스템을 장착함으로써 높이 16m의 파도와 최대 풍속 41m/s의 바람 속에서도 위치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시추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GPS 데이터를 이용해 배 밑에 달린 360도 회전식 스러스터 6개를 자동으로 작동시켜 위치를 제어한다.또한, 발전기를 이용한 친환경 전기추진 구동방식을 통해 12노트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 해역을 옮겨가며 순발력있는 시추 활동을 벌일 수 있다.특히,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극지용 드릴십은 얼음 덩어리들이 많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가 적용돼 선체 두께가 무려 4cm에 달하며, 기자재 보온처리를 통해 영하 40℃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중공업 드릴십 ‘딥워터 챔피언’호

◆전용 설계로 크기 최적화= 현대중공업은 드릴십 시장 진입이 경쟁사에 비해 뒤지지만 지난해 11월 회사가 건조한 첫 드릴십인 ‘딥워터 챔피언’호가 시추업체인 미국 트랜스오션에 인도된 후 업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딥워터 챔피언은 길이 229m, 폭 36m로 해수면으로부터 최대 12km까지 시추가 가능하다. 경쟁사들과 달리 철저한 드릴십 전용 설계로 선박의 크기를 최적화 해 유지비를 줄이는 대신 연료의 효율을 높였다. 특히 드릴십이 시추작업시 흔들림이 없도록 고정시키는 핵심설비인 스러스터를 선상에서 수리할 수 있어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작업의 안정성을 높였다.시추능력도 20% 향상시켜 세계 드릴십 중 수심이 가장 깊은 3.6km 이내 지역까지 시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드릴십 첫 호선이 인도된 후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수주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드릴십

◆최대 4만m 심해 시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6년 첫 드릴십을 수주한 뒤 올해까지 총 17척을 수주했다.대우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드릴십 DSME-12000은 길이 238m, 폭 42m, 높이 19m로 듀얼데릭형(이중시추탑) 선종이다. 심해 시추에 필요한 첨단 장비를 탑재해 최대 수심 1만2000피트(약 3600m)의 심해에서 현존 최고 깊이인 4만 피트(약 1만2000m)까지 시추가 가능하다. 안정된 위치 유지를 위한 다이나믹 포지셔닝 시스템(DPS), 안전한 시추 작업을 위한 분출방지장치(BOP) 등 보다 최첨단 사양의 설비들이 적용됐다.시추작업 중 전력 공급을 최적화해 전력 및 연료 사용을 크게 줄이고, 드릴십 운용 비용을 낮춘 ‘최첨단 전력제어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정전 방지 기능을 강화했으며, 기상악화나 천재지변으로 전력이 차단됐을 때도 월등히 빠른 시간 내에 자동으로 전력을 복구해 시추작업 중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로써 적은 비용으로 짧은 기간 내 원유를 생산해 투자회수가 빠르며 드릴십 운용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이밖에도 안전한 시추 작업을 위한 7중의 폭발방지장치(BOP), 분출압력을 낮추기 위한 장치(Kill & Choke Manifold) 등 보다 진일보한 기술들이 적용됐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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