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의 원자로 외벽이 폭발한데 이어 15일에는 2호기와 4호기에서도 폭발이 확인됐다. 특히 2호기의 경우 방사능 물질 유출을 봉쇄하는 격납용기에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15일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오전 6시 10분경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와 연관된 설비에 손상이 있다"고 밝혔다. 격납용기의 압력을 억제하는 압력억제실(스프레션 풀)설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격납용기는 원자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능이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격납용기 파손 유무에 따라 방사능 유출량은 크게 달라진다. 최악의 방사능 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 사고 역시 원자로 격납용기가 없어 방사능이 그대로 누출돼 4000여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폭발에도 불구하고 격납용기 손상이 없어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왔으나 2호기의 격납용기 손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향후 사고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2호기는 냉각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터라 노심용해(멜트다운)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노심용해 가능성에 대해 "연료 손상이 있다"며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노심 용해는 핵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돼 연료인 우라늄이 녹아내리는 현상이다. 최악의 경우 액체화된 핵연료가 원자로 밖으로 흘러나와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 도쿄전력은 2호기에 바닷물을 퍼부어 핵연료봉 노출을 막으려 했으나 아직 핵연료봉이 잠길 만한 수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원자력 전문가는 "1,2,3호기 모두 노심용융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격납용기 손상 정도가 정확히 밝혀져야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되는 방사능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간 총리는 "1원전에서 20km이내 주민들은 모두 대피해야 한다"며 "20~30km 이내 주민들은 집 안으로 대피하라"고 말했다. 방사능 수치도 크게 올랐다. 이날 오전 폭발 원전 주변 방사능 농도는 3호기 부근에서 400밀리시버트(mSv)까지 치솟았다. 14일 방사능 농도는 20마이크로시버트로 파악됐다. 하루 사이 방사능량이 수만배 증가한 것이다. 한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아직까지 국내 방사능량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우리나라까지 방사능물질이 영향을 미치려면 사고 지점 상층부 바람이 우리쪽으로 불어야 한다"며 "현재 편서풍이 불고 있어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 쪽으로 흩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향후 추세를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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