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대지진 영향으로 폭발하면서 국내 건설사의 시름이 커졌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불황을 겪었던 건설사들이 하나같이 올해 전략사업지로 삼았던 해외부문에서 또 다른 돌발변수가 터졌기 때문이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등지에서 민주화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해외 수주 실적이 신통찮은 가운데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사업 마저 위기에 처한 것이다. 14일 외신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대지진 영향으로 폭발하면서 원전 안전성이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최근 세계 각국은 원전을 에너지·환경 문제의 대안으로 꼽으며 신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30개국에서 건설될 원전은 300여기에 달한다. 돈으로 따지면 700조원에 이르는 신규시장이 창출되는 것으로 국내 건설사 역시 이를 신수종 사업 부문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하지만 최고의 안전을 자부하던 일본 원전이 이번 강진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세계적인 원전 건설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당장 신규 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 세계 각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독일에서는 시위대 수만명이 12일(현지시간)슈투트가르트에 모여 원전 가동시한을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104기의 원전을 가동중인 미국에서도 일본 원전 사고 결과가 최종적으로 규명될 때까지는 신규 원전건설 허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건설 업계는 이번 사고로 세계 각국에서 원전 건설에 대한 심리가 악화돼 원전 건설 일정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성을 강조했던 일본 원전이 이번 지진에 폭발해 방사선 피폭자가 생긴 점 자체가 원전 안전성에 상당한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뉴스와는 달리 심각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만약 일본의 원전 사고가 심각해진다면 원전 발주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형 원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고려하면 사실상 원전외에 대체수단이 없는 상황이라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후화된 원전의 교체 수요나 안정성 강화를 위한 설계 변경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후쿠시마 1호기는 40년 전에 건설된 원전으로 노후화돼 있으며 핵분열실과 수증기 생산실이 하나인 '일체형'구조라 방사선 물질의 노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이번 사고로 이 발전소의 폐쇄는 물론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동중인 원전의 25%정도를 차지하는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들에 대한 점검 및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민규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 악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노후화된 원전의 교체 수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각종 수치로도 한국형 원전이 일본보다 안전한 것으로 판명된 만큼 한국형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 논의 중인 터키와 일본과의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가장 높은 원전 가동률과 가장 낮은 고장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형 원전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은정 기자 mybang21@<ⓒ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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