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가난하거나 신용이 부족해 일반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소액자금을 빌려주는 은행 얘기를 들어보셨는지. 빈곤층의 자립을 최종목표로하는 이 은행을 만든 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다. 그라민 은행은 그의 주머닛돈 27달러에서 시작됐다. 1974년 기근으로 교수직을 벗어던지고 사회로 뛰어든 그는 자신이 일하던 대학과 이웃한 조브라 마을 사람들의 삶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의자를 만들어 팔려고 대부업자에게서 5타카(약 7센트)를 빌린 한 여인이 내야하는 이자는 1주일에 10퍼센트였고, 그렇게 만든 의자도 대부업자가 정해주는 가격으로 팔아야했다. 5타카를 빌리면서 그녀는 사실상 노예가 된 것이다.
대부업자한테서 돈을 빌린 마을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어보니 모두 42명이 856카타를 빌렸는데, 당시 환율로 27달러에 불과한 돈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비참해지는 게 터무니없다고 느꼈다. 그때의 경험이 자기 돈을 내주어 노예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대부업자의 마수에서 벗어나도록 돕게 만들었다. 그가 최근 펴낸 책 '사회적 기업 만들기'(물푸레 펴냄)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기업'의 출발이었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하려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비배당 기업을 의미한다. 그는 사회적 기업의 출발은 자신이 주머닛돈을 털었던 것처럼 작은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5명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일이라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시작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빈곤이나 건강 문제 등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고 변화를 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라. 그가 말하는 사회적 기업 출발의 첫 번째 단계다. 아주 작은 계획으로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사업을 다듬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그는 사회적 기업을 탄탄하게 운영해나가려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사회적 기업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 경험,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동업을 하라는 게 그의 두 번째 조언이다. 그의 최종목표는 사회적 기업을 키워 이를 세계 경제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경제 구조 안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금융위기, 식량위기,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함마드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는 그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얘기하며 끝이 난다. '가난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세상' '굶주린 채 잠드는 아이가 없는 세상' '피할 수 있는 질병으로 요절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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