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늘 재미있는 물건을 많이 갖고 다니시던데 보여주실 게 있나요?" 한 기자가 묻자 그가 가방에서 금방 무언가를 꺼낸다. 신문지처럼 둘둘 말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다. "연구소에서 연구중인 건데 흥미로워서 늘 갖고 다닙니다." 기자들을 둘러보며 '상상력'을 주문한다."생산 비용이 떨어지면 이 디스플레이를 방 벽지로도 쓸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벽을 터치 환경으로 바꾼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디스플레이를 모든 표면이나 벽에 깔고 그 앞에 섰을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뜬다면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거죠." 그는 필 맥키니 HP 퍼스널시스템그룹(PSG) 최고기술책임자(CTO)다.
필 맥키니 HP CTO
맥키니 CTO는 모바일 기기와 노트북, 데스크톱PC, 워크스테이션 등 HP의 PC 관련 연구개발과 전략수립을 책임진다. HP의 모든 제품을 관통하는 모바일 전략도 그에게서 나온다. 그는 원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이동통신업계에서 20년을 넘게 일했다. 쉬고 싶어서 은퇴한 그에게 HP가 '1년만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결국 그는 HP와 올해로 8년을 함께 했고 CTO 자리까지 올랐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HP 아시아태평양 시장 대상 행사에 참석한 맥키니 CTO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향후 IT업계의 화두로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입력방식 개발을 꼽았다. 벽을 덮을 정도의 대형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동작,음성인식기술이 IT업계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맥키니 CTO는 "음성인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음성인식을 활용하는 '멀티모달'기술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터치와 음성인식을 결합한 것이 멀티모달 기술의 예다. "사진을 터치하고 '확대'나 '회전'이라고 말하면 인식 영역이 좁아져서 오류가 날 확률이 줄어듭니다."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이 기술은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된 HP의 일체형 터치스크린 PC인 '터치스마트' 신제품에 탑재됐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PC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맥키니 CTO는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마트 가격표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면 손으로 쓸 필요 없이 가격을 계속 바꿔가며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키니 CTO는 "웹OS 태블릿 '터치패드'와 스마트폰 '비어', 프리3'을 내놓으면서 무선 충전기술인 'HP 터치스톤'도 업그레이드할 것 "이라고 말했다. 터치스톤은 케이블 없이 충전대에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이 완료되는 기술이다. 맥키니 CTO는 "터치스톤에 단순히 충전만이 아닌 기기간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치스톤 기술은 비어나 프리3에 전화가 오면 터치패드로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기기를 거실 충전대에 올려 두면 디지털 액자처럼 사진을 보여주고, 방 충전대에 두면 시계 화면을 보여 주도록 할 수도 있다. 맥키니 CTO는 "태블릿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며 기술 혁신도 빠르게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여유를 보였다. 기술력에서는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HP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3만 8000여건에 달합니다. 1983년에 세계 최초의 터치 기반 컴퓨터를 출시한 것도 HP입니다. 지금 나와 있는 태블릿, 스마트폰은 전부 우리 기술 위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그는 "지금처럼 빠른 기술혁신이 향후 3~5년 지속될 것"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상하이=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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