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테크의 쿨러제품.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세계 1류 수준의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최대주주겸 창업자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코스닥 시장의 현실이다. 그만큼 신규 성장동력 확보가 쉽지 않고 업황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1일 잘만테크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 및 본사 사옥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대주주인 이영필 대표이사(사진)가 경영권 매각을 전제로 사업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회사와 지분 매각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본사 사옥 중 공장 및 창고 매각 및 수도권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그 동안 시장에 떠돌던 잘만테크의 경영권 매각설이 확인된 것이다. 이 대표의 지분 24.61%와 특수관계인의 몫을 포함한 지분 28%가 매각 대상이다. 현재(21일 종가 기준) 잘만테크의 시가총액은 277억원으로 매각 대금은 이 보다 낮은 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 대표가 그동안 세계 일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온힘을 기울여온 기업을 매물로 내놓은 것도 이유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잘만테크가 PC용 냉각장치산업이라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3D 디스플레이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잘만테크는 지난 1999년 설립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다 2007년 기대를 모으며 코스닥에 입성했다.이 업체는 PC에 사용되는 CPU 쿨러부분에서 세계적 기술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외에서 동시에 선보인 CPU 쿨러 ‘CNPS9900 MAX'는 해외 유명 리뷰 사이트에서 잇따라 베스트 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그 품질력을 인정받았다. 조용한 PC, 고성능 PC에는 잘만테크의 쿨러가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러나 잘만테크는 전체 PC시장의 부진과 더불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PC용 냉각장치산업이 성장세를 멈추며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PC가 발생하는 열이 감소한데다 노트북, 넷북, 태블릿 등이 확산되며 기존 데스크톱PC의 수요도 예전만 못하다.결국 지난 2009년 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작년에도 3분기까지 33억원을 웃도는 적자를 냈다. 매출도 2008년 565억원 규모에서 2009년 39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지난 2008년에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회피를 위해 통화옵션 및 통화선물 거래를 했다 환율급등으로 누적 225억원이상의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돌파구로 선택한 3D모니터는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오히려 실적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230%까지 치솟은 상태다. 회사 측은 4분기를 계기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일궈내겠다는 각오이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3D 테마 열기 속에 작년 3월 주당 1만1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잘만테크의 주식은 현재 2000원대로 내려 앉은 상태다. 경영권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최근 4거래일 동안의 하락률은 26%에 이른다.강미현 기자 grob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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