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 개헌의총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아시아경제 조영주·김성곤 기자]"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나라당 개헌 의원총회가 8일 열렸다. 당 소속 의원 171명 중 130명이 참석했지만 뚜렷한 성과물은 없었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적극적인 논의를 당부했지만 친이계와 친박계의 극명한 의견 차이만을 확인했다. 개헌 전도사를 자처해온 이재오 특임장관과 현 단계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의총 참석은 없었지만 사실상 두 사람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친이계 개헌 당위성 설파..개헌특위 구성 제안친이계 의원들은 개헌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하며 개헌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현행 헌법이 87년 6월항쟁 체제의 산물인 만큼 시대상황의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것. 특히 개헌을 통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친이 개헌파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줄줄이 발언대에 올라 개헌 반대파들의 논리를 반박하며 본격적인 개헌 논의를 위한 당내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이 장관의 측근인 이군현 의원은 "한나라당이 2007년 4월 의총에서 18대 국회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나경원 당시 대변인의 브리핑 자료를 배포하면서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이고 신뢰가 중요하다. 당내 개헌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준선 의원도 "현재의 대통령제는 재선이 없어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조기 레임덕이 올 경우 국정 혼란을 가져온다"고 주장했고 임동규 의원은 "개헌이 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파를 떠나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냉담한 친박, 토론참여 없이 무시전략으로 일관반면 친박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불참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0명이 넘은 친박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비공개 토론에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는 철저한 침묵 전략을 선보였다.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친이계 의원들의 발언을 듣기만 할 뿐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대응 전략을 통해 친이계 주류가 주도하는 분권형 개헌론에 대한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분명히 한 것. 서병수 최고위원은 의총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은 야당과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도 "개헌 성사 가능성은 0%"라고 일축하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내용적으로도 물론이고 구제역, 전세대란 등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혁 소장파 그룹인 '민본21'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개헌이 아니라 민생 현안이다. 개헌 논쟁의 진정성과 시의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헌 의총 조기 마무리...靑 "공은 국회로 넘어가" 한편, 한나라당은 9일 오후 이틀째 개헌 의총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맥을 풀린 모습이다. 전날에 이어 친박계 의원들이 친이계 의원들의 개헌 주장에 대해 맞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찬반토론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0일까지 예정된 개헌 의총은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헌 의총을 예의주시해온 청와대는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는 양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설 연휴 직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개헌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당에서 개헌의총을 열어 논의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청와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회에서 현명한 결론을 내릴 것을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을 발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공은 이미 국회로 넘어갔다"며 "국회가 못하는 일을 청와대가 다시 나서서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와 관련, "개헌은 여야 합의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한 현실적인 추진이 가능하다면 점에서 여권의 개헌 논의가 정상궤도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친이계 주류로서는 레임덕 방지와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 개헌카드의 불씨를 어떤 식으로든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주·김성곤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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