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614m 설국으로 초대 부츠신고 오세요

무주 덕유산 향적봉 눈꽃트레킹-편하게 오를 수 있지만 그 깊이가 다른 눈꽃의 향연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어야 걷는 맛이 난다. 눈꽃이 피어나야 바람이 매서워도 길을 나서게 된다. 덕유산 향적봉, 이곳은 설국을 감상하는 국내 최고의 눈꽃 트레킹명소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은 설국으로 드는 눈꽃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br />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올겨울 유난히 잦은 눈과 한파로 온 세상이 설국(雪國)으로 변했다. 그동안 때만 오기를 기다리던 겨울 눈꽃산행을 떠날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겨울산행은 만만치 않다. 준비할 것도 많고 전날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거나 새벽부터 산을 올라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마음만 산에 보내고 몸은 그냥 아래에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무주 덕유산 향적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덕유산은 국내 최고의 눈꽃 산행지로 정상인 향적봉의 높이가 1614m. 남한에서는 네번째로 높다. 이 높은 봉우리를 손쉽게 오를 수가 있다. 바로 무주리조트에서 운행하는 곤돌라다. 향적봉 턱밑 설천봉(1520m)까지 편하게 이끈다. 이 덕택에 고산의 풍모가 물씬한 덕유산 정상을 가뿐하게 밟아볼 수 있다.
#편하게 올라 황홀한 눈꽃에 넋 잃어덕유산은 봄의 철쭉, 여름의 계곡, 가을 단풍으로 언제나 여행객을 모은다. 이맘때는 하얀 면사포를 둘러쓴 순결한 신부의 자태로 아름다운 설경을 뽐낸다.스키어들로 북적이는 설천베이스. 울긋불긋 화려한 복장의 스키어들 사이로 가뿐한 청바지와 어그부처를 신은 나들이객들이 눈에 띈다. 언뜻 보기에도 등산객은 아니다. 오전 9시 운행을 시작하는 곤돌라는 벌써 빈차가 없다. 설천봉까지 향하는 15분의 여정은 '눈꽃여행'의 서막이다. 눈이 내린지 며칠 지났는데 곤돌라가 출발하자 전후좌우로 눈꽃이 펼쳐졌다. 능선이건 나무건 계곡이건 사방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있다. 양팔에 주렁주렁 눈송이를 안은 나무들이 힘에 겨운 듯 하나같이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린 모습이다. 덕유산이라는 거대한 케이크에 실력 좋은 파티셰가 신선한 생크림을 듬뿍듬뿍 솜씨 좋게 발라 놓은 것만 같다.
#설산에 피어난 환상적인 눈꽃터널 장관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걸어서 20분. 본격적인 눈꽃여행의 시작이다. 등산로로 들어서면 눈꽃을 찾아 나선 이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자연이 준비한 눈부신 향연이 펼쳐진다. 한 발 한 발 내딛기 무섭게 '와~' 탄성이 절로 쏟아진다. 개벚나무, 물푸레나무 등 푯말이 각각의 나무 이름을 말해주지만 이들 나무는 모두 만발한 눈꽃이 하얀 사슴뿔 마냥 엉키어 하늘을 가린다. 뽀드득 소리내며 걷는 눈길은 언제나 새롭고 싱그럽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급하다. 서둘러 향적봉에 올라 덕유산의 황홀한 설경을 보고 싶어 걸음이 바쁘다. 등산로 양옆으로 빽빽이 늘어선 나무들이 가지를 드리우고 연출하는 '눈꽃터널' 사이로 저 멀리 향적봉이 눈에 들어온다.눈꽃터널을 벗어나자 강풍이 몰아친다. 화려한 눈꽃세상에 짙은구름이 한바탕 몰아치자 일순 세상이 얼어붙은 듯 싸늘해진다. 손끝이 금세 얼어오고 얼굴이 깨져나갈 듯 매서운 눈 바람이분다. 편하게 오른길이지만 일순 긴장감이 온몸을 감싼다.
향적봉 정상의 파노라마는 감탄 그 자체다. 모진 눈보라와 바람 속에서 푸름을 잃지 않는 구상나무와 주목 등이 하나같이 아름다운 눈꽃으로 산행객을 맞는다. '살아 천년, 죽어도 천년'이라는 말을 듣는 주목의 가지마다 눈꽃으로 새 생명을 피워 고고한 자태를 더한다. 정상에 서자 저멀리 남쪽의 지리산, 동쪽의 가야산, 서쪽의 대둔산 등의 여러 준봉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영ㆍ호남을 가르며 100리길 대간(大幹)을 이루는 덕유산연봉의 장쾌한 파노라마다. 구름과 안개 사이로 드러나는 대간들은 한폭의 수묵화로 그려진다. 향적봉에는 곤돌라를 타고 온 나들이객이나 정상적인 코스를 이용한 등산객 모두 웃음꽃이 가득이다. 설국의 장관을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고 편하게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미안하고 흐믓한 마음이 동시에 들 정도다. 나들이에 나선 이라면 여기까지만 올라도 덕유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설국여행을 원한다면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1.3km의 눈꽃길을 걸어보길.
# 한갓진 눈꽃 산책길 겨울산 묘미듬뿍향적봉과 중봉은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평한 산세가 이어진다. 봄ㆍ가을에도 알프스를 오른 듯한 기분에 한갓진 산책을 즐길 수 있지만 겨울의 눈꽃산책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중봉으로 가는 길에 향적봉 대피소를 들르는 것도 필수. 바람이 훼방을 놓지 않는다면 야외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따끈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점심나절에 먹는 컵라면도 수라상 부럽지 않은 별미다. 중봉으로 가는 길에도 눈꽃터널은 끝이 없다. 그 길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한다. 천년풍상을 견뎌낸 주목이 눈꽃을 이고 있거나 덕유산의 주릉이 펼쳐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중봉 전망대에 서면 동엽령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로 이어진 덕유산 주릉의 드라마틱한 모습이 한눈에 든다. 이젠 눈꽃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려야 한다. 겨울 해는 노루꼬리만큼 짧다. 끝까지 편한 산행을 이어가려면 설천봉에서 내려가는 마지막 곤돌라(4시30분)를 놓치면 곤란하다. 돌아서는길, 눈동자에 맺힌 황홀한 설국의 눈꽃 잔상이 발길을 가로막는다. 덕유산(무주)=글ㆍ사진 조용준기자 jun21@◇여행메모▲가는길=경부나 중부이용, 대전지나 대전통영간고속도로 무주 IC를 나와 좌회전해 적상면 삼거리 지나 사산삼거리, 치목터널과 구천동터널을 지나면 무주리조트입구다.

무주리조트 티롤

▲잠잘곳=눈꽃산행의 베이스캠프인 무주리조트는 스키슬로프와 관광곤돌라뿐만 아니라 특1급 호텔과 가족호텔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있어 겨울휴양지로 손색이 없다.(063)322-9000. 눈꽃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향적봉 대비소에서 하룻밤 묵는것도 좋다. 수용인원이 적어 사전예약은 필수.(063)322-1614▲볼거리=무주리조트는 남부지방에서는 손꼽는 스키 리조트. 리조트 내에 노천 스파와 찜질방도 있어 산행 피로를 풀 수 있다. 구천동 계곡의 끝에는 신라와 백제가 오가는 길목이었다는 나제통문과 반딧불이의 생태와 천문대가 있는 반디랜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지 안국사와 산정 호수가 있는 적상산 등이 20분 거리다.▲먹거리=산채요리가 맛있지만 무주읍 내도리 강변에서 잡은 민물요리도 별미다. 천렵으로 건져낸 민물고기와 각종 양념을 넣고 푹 끊여낸 어죽이 최고다. 강나루 회관(063-324-2898)이 잘한다.
▲산행팁=향적봉은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해서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겨울에는 강풍과 눈보라를 만날 수 있어 채비를 단단하는게 좋다. 방수등산화와 스패츠, 아이젠, 모자, 비상용 점퍼 등은 꼭 챙겨야한다. 주말 오전은 설천봉으로 가는 곤돌라가 붐벼 서두르는게 좋다. 곤돌라 운행 시간(상행 오전 9시~오후 4시), 하행(4시30분까지)을 유념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진부 조용준 기자 jun21@ⓒ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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