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조선족 청부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 '황해'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잔혹한 폭력 묘사에도 불구하고 여성 관객이 몰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황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사실적인 폭력 묘사가 이어지지만 여성관객들을 꾸준히 불러모으며 흥행에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영화 '황해'는 중국 연변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던 남자 구남(하정우 분)이 빚에 쪼들려 청부살인을 의뢰받은 뒤 한국으로 밀입국해 살인을 준비하다가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살인범으로 쫓기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다. 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탓에 실제로 영화에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영화 초반 구남이 노리던 남자가 제3의 일당으로부터 살해당하는 장면부터 시작이다. 이후 구남은 살인범으로 쫓기게 되고 실제 살인사건과 연관된 폭력조직의 보스 태원(조성하 분)은 모든 증거를 없애기 위해 구남을 처치하려 한다. 여기에 구남에게 살인을 의뢰했던 면가(김윤석 분)가 끼어들면서 세 인물의 치열한 전쟁은 더욱 처절해진다. '황해'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인물은 아마도 김윤석이 연기하는 면가일 것이다. 면정학이라는 이름의 이 인물은 표정 하나 변화 없이 하정우에게 청부살인을 제의하고 그에게 "손가락을 잘라오라"는 주문을 던진다. 한국에 입국한 후 그는 청부살인 브로커의 잔인한 면모를 그대로 드러낸다. 태원의 조직원들이 쳐들어왔을 때 면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들을 처리한다. 실제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면가는 시체를 "개나 줘버려라"라고 말한다. 또 태원 일당과 전면전을 펼칠 때는 족발뼈 하나만을 들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들을 모두 해치운다. 관객이 더욱 잔혹하게 느끼는 것은 칼로 찌르거나 족발뼈로 때리는 장면보다는 면가의 무시무시한 표정이다. 잔혹한 묘사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여성관객이 꾸준히 몰리는 이유는 실화 같은 사실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황해'는 마치 우리가 사는 곳 어디에선가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황해'의 나홍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경찰 측 지인들과 식사를 하다가 50만원에도 청부살인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신분조회가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폭력조직을 만들어 암약한다는 보도도 찾아볼 수 있다.나홍진 감독은 "조선족 청부살인 브로커는 영화적 허구일 뿐 실제 모델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나 감독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황해'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그것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결국 '황해'의 사건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는 나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가 주는 강한 인상과 유사하다. '추격자' 역시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제 특정 사건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허구의 드라마였다.
'황해'가 '추격자'보다 허구성이 더 짙긴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의 사실적인 묘사에 빠져들고 그 지점에서 긴장과 불안,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 실화처럼 펼쳐질 때 관객은 더욱 극에 몰입하게 된다. '황해'에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의 전작인 '추격자'가 남긴 여운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했던 '추격자'는 현실 속의 공포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내 큰 화제를 모으며 전국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잔혹한 묘사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관객들은 이 같은 긴장을 맛보기 위해 다시 '황해'를 찾는 것이다. 한편 '황해'는 5일까지 전국 190만 관객을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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