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나무심기·유기농·친환경·기부…CSR 영역은 무한대

美 존슨앤존슨 소비자신뢰 회복 '교훈'록펠러·빌게이츠 재단 등 활동 활발국내 유한킴벌리 '그린마케팅' 대표적[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때가 있다. 지금은 우리 귀에 익숙한 세계적인 기업(혹은 브랜드)인 타이레놀, 싱가포르 에어라인, 인텔, 델 컴퓨터 등도 한 때는 큰 위기에 빠졌지만 이를 잘 극복해 지금은 시장에서 세계굴지의 기업 혹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이문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실행전략과 효과' 논문 중에서)미국 존슨앤존슨은 1982년 청산가리가 주입된 의약품 타이레놀 판매로 큰 곤욕을 치렀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특정인의 범죄를 전부 뒤집어 쓴 것이다.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에도 존슨앤존슨은 소비자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사건 발생 2개월 후 안전한 뚜껑과 포장을 개발해 재판매에 들어갔고 타이레놀은 원래의 시장지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기업의 책임있는 행동이 소비자의 신뢰를 이끌고 이는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성경에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할 정도로 '착한'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개념이 근대적으로 정립된 때는 1930년대부터다. 하지만 막연했다. 1960년에 이르러 기업의 사회가치가 변하면서 '착한 기업'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이후 사회적 변화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의미하는 바도 변했다.1953년 착한 기업의 정의는 '기업이 사회의 목적과 가치를 위한 정책을 수행 혹은 결정하거나 이런 행위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1960년대 접어들면서 환경 중심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엘스&월튼은 1961년 '기업이 경제적 의무 외에 사회적 규범 및 가치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윤리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렸다.1970년대에는 사회 복지 개념이 등장했다. 데이비스&블롬스트롬은 1971년 '기업 자체의 이익과 함께 사회 복지를 실천하고 향상시키는 행위를 해야 하는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20세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이익과 연결된 것이었다면 21세기에는 더욱 확대 양상을 보였다. 맥윌리암과 지젤은 '법적 의무나 회사의 이익과 별개의 사회적 선행'이라고 단언했다. 기업이라면 이익과 상관없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다.이문규 연세대 교수는 1970~198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기업들의 '착한 활동'이 기부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타이레놀 사태의 당사자였던 존슨앤존슨의 소비자 신뢰 회복 첫걸음도 기부였다.이 교수는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는 판매자-구매자 관계(seller-buyer relationship)를 벗어나 이 세상과 사회를 더불어 살아 나아가는 파트너 관계(partner relationship)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40여 년 이상의 긴 역사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착한 기업' 활동이 이미 정착됐다. 미국에서는 CSR관련한 컨설팅 회사가 생겨날 정도로 활성화될 정도로 대중화됐다. 록펠러재단, 휴랫패커드 재단 뿐 아니라 빌게이츠, 워런버핏도 이미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고 있을 정도다.반면 국내 기업들의 '착한 기업' 출발점은 '그린마케팅'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착한 기업'의 역사를 그린마케팅 관점으로 보면 15~20년 정도로 CSR 가운데 가장 길다.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활동, 가전업체들의 절전형 및 친환경 가전제품 판매, 식품기업의 유기농 제품 생산이 대표적인 사례다.반면 기부 및 나눔을 키워드를 기준으로 하면 10년 미만으로 역사가 아주 짧아진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기부문화와 나눔을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과거 환경 분야에 머물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최근 들어 기부와 나눔 등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향후 '착한 기업'의 방향은 점차 광범위해지면서 기업별 '맞춤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학계에서는 국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전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시 불붙기 시작한 인터넷 열풍이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한 만큼, 네트워크 발달이 기업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이 교수는 "인터넷이 보급되고 정보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윤리적인 마케팅에 관심이 쏠렸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착한 기업' 활동에 있어 정답은 없다는 입장이다. 워낙 영역이 다양해 한가지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즉 서비스 기업에 맞는 사회적 활동과 제조업에 적합한 사회적 책임 등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CSR은 결국 기업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만큼 단점은 줄이되 장점은 살리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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