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G20정상]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주요20개국(G20)은 세계 경제의 회복을 굳건히 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들이기도 합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갓 50세를 넘긴 '젊은' 지도자다. 1959년, 영국계 석유 회사에 근무하는 회계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지난 6월 자신의 출생지이기도 한 토론토에 G20 정상들을 불러 모으고 '미래의 길'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큰 진전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신흥국들의 의견을 반영해 은행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재정적자의 축소 필요성을 강력히 어필했다. 결국 토론토 회의에서 G20 정상들은 3년 내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하퍼 총리와 캐나다가 G20 회의와 맺고 있는 인연은 깊다. G20 재무장관 회의를 제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전임 총리였던 폴 마틴 전 캐나다 총리이기 때문이다.마틴 전 총리는 주요 8개국(G8) 체제의 한계성을 지적하며 G20의 역할 확대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G20 지지자'다. 1999년 처음으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의장을 맡기도 했을 정도다. 하퍼 총리가 보수당, 마틴 전 총리가 자유당으로 정치적으로는 대립하는 입장이지만, 둘 다 G20 회의에서 깊은 족적을 남겼다. 하퍼 총리는 원래부터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정치가는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는 진보적 성향의 정치단체에서 활동했지만 곧 발을 빼고 개혁당 창당에 힘을 보탰다. 개혁당은 향후 보수 성향인 '캐나다동맹'의 모체가 되는 당이다. 결국 44세의 젊은 나이에 캐나다 보수당의 당수로 선출돼 국내의 보수 세력 단일화에 성공했고, 47세 되는 해에는 13년간 지속된 자유당 체제를 저지하며 캐나다의 제 22대 총리로 선출된다. 이런 하퍼 총리도 세계 경제를 휩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큰 위기를 겪었다. 야당인 자유당이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그를 축출하려 한 것. 하퍼 총리는 연방 총독에게서 의회의 개원정지 명령을 받아내 간신히 의회의 불신임 투표를 피했다. 그래서 금융위기 이후의 해법으로 나온 G20 회의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 주요국 지도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할 뿐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으로 그는 두 번째 방한을 하게 된다. 지난 해 12월 총리로서 처음 한국 국회를 방문한 그는 캐나다와 한국의 긴밀한 관계를 언급하며 공조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하퍼 총리는 "세계가 반 세기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다"며 "G20 회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논의기구가 될 것이며, 캐나다와 한국은 이런 도전과제를 맡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가평전투에 캐나다 군인 7천명이 참전하는 등 캐나다와 한국은 든든한 동맹국으로 이어져왔다"며 "20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캐나다로 이민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고, 1만여명의 캐나다인들도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양국의 인연을 강조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재외동포(22만3322명)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도 한창 진행중이다. 그는 한국에 큰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위로의 한 마디를 잊지 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퍼 총리는 지난 6월 토론토 회의가 열리기 전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 회담에서 천안함 침몰로 숨진 장병들의 희생에 조의를 표하고 북한을 수출통제대상국에 추가하는 등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다짐했다.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한국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챔피언(champion)을 잃었다"며 애도를 전하기도 했다. 하퍼 총리는 주요국 정상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모두 가지고 오는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여하게 된다. 그의 강력한 리더십과 젊은 패기가 가져올 해결책을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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