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재테크노하우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내 모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김태근(가명ㆍ남ㆍ45)씨는 회사에서 퇴직연금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고민에 빠졌다. 입사 이후 20년 근속해 쌓인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필요한 곳에 쓰고 만약을 대비해 예금에 넣어둘 것인지, 퇴직연금에 소급 적용할 것인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은퇴 시기로 예상한 나이는 55세. 노후의 문제가 10년 앞으로 다가온 그는 중간정산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퇴직금 월 수령액을 계산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재무설계 전문가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정된 노후생활에 퇴직금 중간정산은 독(毒)과 같은 존재다. 미리 돈을 챙긴 만큼 이자 효과를 포기해야 한다. 이에 따라 퇴직 이후 챙길 수 있는 총액에서부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김 씨가 중간정산을 받을 경우 최근 3개월 평균 월 급여총액 400만원을 적용, 8000만원 정도의 목돈을 챙기게 된다. 하지만 이 돈을 얻은 대신 10년 후 은퇴로 받게되는 퇴직연금은 임금상승률 3%, 기대운용 수익률 3%를 상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5357만원을 추가로 수령하게 된다. 이를 연금으로 쪼개면 20년 확정연금형으로는 월 24만원, 20년 보증 종신연금형으로는 월 17만원이 지급된다. 그렇다면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총 연금 수령액은 어느정도 일까. 김 씨가 55세까지 30년간 근무하고 받게되는 퇴직연금 총 수령액은 1억6126만원으로 중간정산 경우(1억3357만원) 보다 3000만원 가까이 더 챙기게 된다. 월 금액으로 환산하면 20년형 확정연금형으로 72만원, 20년 보증 종신연금으로는 52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중간정산했을 경우와 비교해 월 지급액이 3배나 많다. 차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김 씨가 사망 때까지 지급받는 종신연금에 가입했다면 돌려받는 금액의 갭은 더 벌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40년 국내 평균수명은 84.65세로 김 씨의 경우 연금 혜택을 10년 정도 더 누리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럴 경우 김 씨가 중간정산을 받지 않았다면 4200만원(120개월x(52만원-17만원))의 금액을 더 받게된다. 전문가들이 초고령화 시대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금기시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구소 연구실장은 "퇴직연금에서만 가지는 유일한 장점이 바로 중간정산을 안하고 기간을 늘려 나중에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 소득대비 퇴직연금 납입비율이 8.33%인데 선진국의 경우는 15%정도로 차이가 날 만큼 노후 준비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할 때 벌어온 소득의 60~70%정도가 있어야 은퇴 후에도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30~40%정도로, 이 외에 퇴직연금과 개인 연금보험이나 저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5인 이상 사업장(51만1794개소) 대비 8만860개소가 이 제도를 도입한 상태로 도입률은 15.8%다. 사업장 규모별 도입률을 보면 100~299인 사업장이 27.8%, 300~499인 사업장은 30.8%, 500인 이상 사업장 39.7%로 나타났다. 가입자 수로는 5인이상 상용근로자 수(737만7241명)대비 가입률은 27%다. 전문가들은 개인 연금상품 가입을 40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지출이 크지 않은 종잣돈을 마련하는 시기인 20~30대가 연금상품에 부담이 크면 좀더 재테크를 할 기회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연금을 가입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중도해지를 되도록 막아 목적자금에 쓰기 위함인데 젊은층은 중도해지 가능성도 높다. 더불어 연금보험 등은 추후 추가납입과 증액도 가능하다. 박승호 KB국민은행 방배 PB센터 팀장은 "세테크에서도 1순위 상품으로 꼽히는 개인연금상품은 사실 과세표준이 낮은 젊은 층에게는 세금효과도 크지 않다"면서 "30대 월 250만원 소득 기준 개인연금 불입액은 15만원 수준이 적정금액"이라고 밝혔다. 대신 40대부터는 자녀교육 및 결혼자금 마련 등 지출이 급격히 많아져도 15~20년 후의 은퇴를 대비해 연금불입액을 높이고 안정적 목돈마련에 돌입해야 한다. 권준태 한국재무설계 수석컨설턴트는 "연금 등 개인적인 준비와 더불어 경제활동 시기를 최대한 늘리고 합리적인 씀씀이를 실천하는 것도 노후생활을 위한 또 하나의 재테크"라면서 "40~50대는 우선 국민연금 불신 말고 충실히 납부해야 하며, 주부 등 그동안 가입이 안된 경우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빨리 신청해야 한다"고 전했다.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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