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광고, '골퍼들은 짜증나요~'

느닷없는 '광고 출현'으로 경기 몰입 방해, 산만한 해설까지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국내프로골프투어가 가을 시즌을 맞아 절정에 달하고 있다.요즘에는 특히 최경주(40)와 양용은(38) 등 한국의 '원투펀치'와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스파이더맨' 카밀로 비예야스(콜롬비아) 등 'PGA 스타'까지 대거 초청돼 골프마니아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아마추어골퍼들로서는 굳이 라운드가 아니더라도 골프장을 찾거나 TV중계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진 셈이다. 국내 골프중계는 특히 골프전문채널이 두 개나 될 정도로 선택의 폭도 넓다. 이때문에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까지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골퍼들에게는 그러나 이 치열한 경쟁이 달갑지 않을 때도 있다. 바로 방송의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 '가상 광고' 때문이다. ▲ 가상광고, "골퍼들은 짜증나요~"= 두 개의 골프전문채널은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양상이다. 각각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중계권을 따기 위해 이미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었고, 앞으로도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한 실정이다.하지만 케이블방송은 공중파에 비해 광고료가 저렴해 매출을 높이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가 버추얼광고(virtual advertising; 가상광고)다. 주로 스포츠중계 등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실제 현장에는 없는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이를 프로그램에 삽입해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기법이다. 이를테면 지난주 한국오픈과 하이마트여자오픈 등 국내 대회 중계 시 골프코스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튀어나오거나 골프채가 스윙궤도를 그리면서 화면에 내려앉는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색 광고들이다. 관계자들은 "재원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재미를 주는 동시에 광고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골퍼들의 생각은 물론 다르다. 골프는 축구나 야구와 달리 대자연속의 광활한 부지위에서 진행되는 경기다. 선수의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외국의 경관과 코스를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가상광고는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중요한 정보원을 가로막는 동시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잦은 출현으로 대회의 몰입에 엄청난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불필요한 정보 전달까지, "너무 시끄러워요~"= 방송 캐스터와 해설자의 행태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골퍼들도 많다. "휴대폰은 아예 꺼두시라", "선수가 샷을 할 때는 떠들거나 움직이지 말라"는 등의 해설을 곁들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마치 라디오 중계를 하듯이 불필요한 정보를 쏟아낸다는 부분이 첫번째다.골프의 특성상 골프중계는 때에 따라서 정숙해야 한다. 아무리 TV지만 선수들이 샷을 할 때는 시청자들도 현장의 갤러리 못지않게 숨죽이고 화면을 바라보게 된다. 선수의 샷에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골퍼들도 많다. 이 순간만큼은 TV도 조용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일부 해설자들은 선수와의 사적인 친분 관계를 자랑스럽게 늘어놓거나 불확실한 규칙 해설, 심지어 세계 정상급선수들의 코스 공략에 대해서 참견과 레슨까지 서슴지 않는다. 대회 타이틀스폰서와 코스에 대한 지나친 아부성 멘트도 귀에 거슬린다. 모 골퍼는 "어떤 때는 아예 볼륨을 없애고 본다"는 말까지 했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홍콩 스타TV의 골프중계는 무척 대조적이다. 선수 소개와 상황 설명 등 '꼭 필요한 말만' 한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관람하듯 '백구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국내에서 처음 골프를 중계할 때 미흡했던 '볼 팔로우(빠르게 날아가는 공을 따라가면서 화면에 잡는)'가 이제는 상당히 좋아졌다고 한다.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기대되는 시점이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손은정 기자 ejs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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