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대한적십자사(한적)가 대북 수해지원을 위해 쌀 5000t과 시멘트 1만t, 컵라면 300만개 등 긴급구호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유종하 총재는 13일 "신의주 지역 수재민이 약 8만~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며 "5000t은 1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100일간, 20만명을 기준으로 50일간의 식량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금액 기준으로는 한적이 당초 밝혔던 100억원 수준이고, 수송료 등을 감안해도 최대 120억원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에도 한적을 통해 대북 수해지원용으로 쌀 10만t을 제공했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거의 매년 정부 차원에서 30만t 이상의 쌀을 북측에 지원해왔다.전문가들은 이번 대북 쌀지원이 줄어든 것은 5.24조치에 따른 남북관계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쌀 지원에 대해 "5.24조치에 따른 남북관계, 북한의 식량사정, 국민 여론 등을 종합해 판단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한편 한적은 국내산 쌀 가운데 2007년 쌀을 구입해 북측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산 쌀 재고량은 5만t으로, 해당 연도의 정부관리양곡판매고시가격은 1t당 154만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북측에 지원키로 한 쌀 5000t의 구매가는 약 7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 1t 구매에는 약 7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정부에서는 쌀과 시멘트는 지원하고 중장비는 배제하기로 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북한의 성의있는 대답이 없는 상황에서 원하는 지원요청 물품을 모두 줄 수 없다는 것과 분배투명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을 할 수 없다는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쌀과 시멘트에 대해서도 군대 지원용으로 전용되지 않고 수해 복구에만 쓰이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와 방역제와 지난달 민간단체가 지원한 말라리아 방역물자는 전용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쌀과 시멘트 등 수해지원물자는 전용이 쉬운 물품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원되는 쌀도 북한 수해지역에 분배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2008년 미국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과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식량 50만t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분배의 투명성을 위해 한국어가 가능한 요원들을 배치하기로 했다가 북측과 합의가 무산돼 식량지원을 중단했다. 또 정부도 지난해 가을 옥수수 1만t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식량지원 모니터링을 하려했지만 북측의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관련없는 지원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지원 ▲지원물자의 분배 투명성 강화의 대북지원 3대원칙을 확립했다. 3대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투명성 강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세종연구소 송대성 소장은 "지난 정권에는 모니터링을 할 수 없어 분배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진정한 대북지원을 위해서는 군용사용금지라는 전제조건이라도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송 소장은 "대북지원은 추진하면서 천안함사건과 관련한 대북제재가 하나둘씩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서 "대북지원은 좀 더 신중히 추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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