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MK시대 10년]獨 2010품질조사 벤츠·BMW 제치고 1위자산 34조→67조, 재계 순위 5위→2위 우뚝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2000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현대자동차그룹도 강산이 한번 변한 만큼 올해 꼭 10년을 채웠다.세월이 유수처럼 빠르지만 현대차그룹은 계열분리 후 정몽구 회장 체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0년 8월3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시 현대차 소그룹에 대해 계열분리를 승인했을 때 계열사는 10개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 38개로 3배 이상 늘었다.재계 서열도 분리 당시 5위에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2위로 올라서는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는 계열분리 이듬해인 2001년 상반기 국내사업장 매출액이 11조936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17조9783억원으로 상승했다. 또 현대차는 올 상반기 현금성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7조2747억원)에 오르기도 했다.사실 정 회장이 1999년 현대차를 물려받을 때만 해도 주위에서는 걱정이 컸다. 직전해인 1998년 IMF 위기로 순손실을 기록한 터였다. 1999년 세계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미국 수출이 급신장하고 경영성과 역시 향상되는 추세였지만 '환율 등 외부 조건 덕분'이라는 평가와 함께 '운이 좋은 경영자'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정 회장은 이 같은 평가를 10년 만에 뒤집어 현대차를 품질을 갖춘 세계 5대 자동차 회사 대열에 합류시켰다. '품질경영'을 초지일관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정 회장은 2000년 9월25일 계열분리 후 처음으로 현대 및 기아차 임직원들과 통합 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수평경영'이라는 새로운 방침을 천명했다. 사내외에 대한 모든 약속을 지키는 신뢰경영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품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현장경영과 투명경영을 펼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정 회장은 당시 "2005년에 세계 5위의 품질을 확보하고 2010년에는 5대 자동차업체로서 거듭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올해 현실화됐다. 세계 자동차 본산이라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현대차의 앞을 가로막았던 닛산을 제치고 기아차와 함께 미국 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한 것이다. 값싼 차의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품질 면에서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특히 2008년 12월 정 회장은 특별지시를 통해 '실질품질 3년 내 세계 3위, 인지품질 5년 내 세계 5위'를 의미하는 'GQ(Global Quality)-3ㆍ3ㆍ5ㆍ5'를 목표로 '창조적 품질경영(Creative Quality Management)'을 선포하고, 제2의 품질경영에 나서기도 했다.정 회장의 품질경영 평가는 시장조사기관 조사에서 객관적으로 증명됐다.현대차는 지난 2006년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가 실시한 신차 품질조사에서 3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1위와 2위를 차지한 포르쉐나 렉서스가 고급차 브랜드임을 감안하면 일반 자동차 브랜드로는 1위를 차지한 셈이다. 2001년 37개 업체 중 32위를 차지한 것과 크게 달라졌다.미국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딜러들의 평가 역시 과거와 많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외신에 따르면 한 딜러는 1997년부터 현대차를 팔아왔는데, 불과 10년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분위기는 '싸구려 차'에서 '명차' 반열에 진입한 것을 가리킨다.현대차에 있어 최고의 분기점은 지난해 초였다. 베라크루즈와 제네시스 출시를 전환점으로 고급차 메이커로서의 이미지를 쌓아 가고 있을 무렵, 제네시스가 200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2009 북미 올해 최고의 차'에 선정된 것이다. 또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탑재되는 타우엔진이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에 뽑히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미국만이 아니라 현대차는 최근 독일의 아우토빌트지에서 실시한 '2010 품질조사'에서도 독일 내 20개 메이커 중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벤츠ㆍBMWㆍ아우디ㆍ폭스바겐은 물론 도요타ㆍ혼다의 일본 메이커들도 제치는 이변을 연출하며 우수한 품질경쟁력을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에서 입증했다.불과 10년의 세월 동안 현대차가 값싼 차에서 품질을 갖춘 차로 바뀌게 된 계기로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꼽는 견해도 상당하다. 실제로 정 회장은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꼭 빼닮았다. 한 번 결정하면 우직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나 충성심과 정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도 똑같다. 품질경영을 밀어붙인 원동력인 셈이다.정 회장은 이 같은 업적으로 인해 올 초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자동차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자동차산업 공헌상'도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지인 포춘(Fortune)은 올 초 현대차의 빠른 성장 속도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 등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춘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업체 4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도요타의 두려움은 이제 악몽으로 변했고,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 위반 딱지를 뗄 정도"라고 밝혔다. 올해 정 회장의 품질경영은 또 한차례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현대차의 모든 기술의 집약체인 최고급 세단 에쿠스가 오는10월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미국 시장점유율 5%를 돌파한 상황에서 에쿠스가 어느 정도의 몫을 할 지가 관심이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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