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기아 K5가 제2의 봉고 신화를 이룰 것인가? 지난 5월 말 출시된 K5의 흥행 돌풍에 기아차가 연일 싱글벙글이다. 장기간 내수 판매 1위를 지켜온 현대 쏘나타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하는 파란도 일으켰다. 주문이 쇄도하다보니 출고 날짜를 맞추는 게 오히려 고민이 될 지경이다. 기아차측은 80년대 돌풍을 일으켰던 봉고 신화의 재현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돌이켜보면 기아차는 쓰러질 듯 이내 일어서는 오뚜기 같은 기업이다. 1944년 12월 경성정공으로 출발, 1952년 '기아산업'으로 사명을 바꾸고 삼천리자전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는 삼륜 트럭도 만들었으며, 1970년 연간 2만5000대 규모의 대한민국 첫 자동차 공장도 설립했다.1981년 정부의 2·28 조치로 승용차 생산을 중단해야 했으며, 1997년에는 자금난으로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등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1998년 현대자동차에 합병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삼았다. 특히, 지난 2006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오는 등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쏘울, K5, K7 등 히트작을 내놓고 있다.<strong> 대한민국 1호 승용차 '브리사'(1974년)</strong>
창업 30주년이 되던 1974년 10월 대한민국 1호 자동차 '브라사'를 출시했다. 일본 마쯔다 파밀리아를 기본 모델로 제작된 배기량 1000cc의 소형차량으로 최고속도 140km에 출고가는 159만9000원이었다. 1970년대초 세계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에 대응하는 한편 정부의 국민차 생산계획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1975년 한해에만 1만대 이상이 판매되면서 시장 점유율 51.2%를 기록했다. 1981년 생산이 중단되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7만대에 육박했다.<strong> 봉고 신화의 주역(1981년)</strong>
1970년대초 2.5t 타이탄과 4.5t 복사를 출시해 국내 화물차 시장을 석권한 기아는 1980년 9월 1t 봉고 트럭 E-2200을 선보였다. 이 트럭은 경제 발전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맞물려 베스트셀러카로 자리잡았다. 이에 힘입은 기아차는 이듬해 1t 트럭을 12인승 승합차로 개조한 봉고 승합차를 출시, 출퇴근 및 업무·배달용은 물론 서서히 늘어나는 레저 인구까지 아우르면서 '봉고 신화'를 일궈냈다. 봉고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당시 자동차 산업 합리화 조치로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기아차도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 봉고는 지난 90년 100만대, 2003년 7월 200만대 돌파 등의 대기록을 남긴 채 출시 26년만인 2005년 6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strong> 기아 부활 견인차 '프라이드'(1987년)</strong>
1981년 정부의 2·28 조치로 승용차 생산을 중단한 지 6년 만인 1987년 1월 탄생한 프라이드는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창업 43년만에 자동차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기술적으로도 기아차의 완전한 고유모델 개발의 기초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예컨대, 기아의 첫 승용차인 브리사와 기아 최초의 완전 고유모델인 세피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던 것이다. 지난 2000년 단종될 때까지 약 14년간 내수 70만대, 수출 80만대 등 15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strong>죽음의 랠리서 무사귀환 '스포티지'(1991년)</strong>
스포티지(Sportage)는 sport와 portage의 영문 합성어로, 출퇴근과 레저의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SUV 차량이다. 1991년 동경 모터쇼에서는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컨셉트카를 제치고 동경 모터쇼 선정 베스트 10을 차지하기도 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SUV 최초로 곡선을 적용해 승용차 감각을 살렸으며, 차체는 작아도 성인 5명이 탈 수 있을만큼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내수 9만5000여대, 수출 46만4000여대 등 총 55만9000여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죽음의 랠리'로 불리는 파리-다카르 랠리를 3번이나 완주한 국내 유일의 차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strong>세계가 인정한 쏘울(2008년)</strong>
30여개월의 연구·개발기간과 총 19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만든 '쏘울'은 SUV 스타일에 미니밴의 다목적성과 세단의 승차감을 접목시킨 신개념의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차량이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디자인 작업을 총괄해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한국차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09 레드닷 디자인상과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인 워즈오토의 ‘올해의 인테리어상' 등을 수상하는 등 디자인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strong> 한국에서 가장 멋진 차 K7(2009년)</strong>
지난 해 11월 K7 출시 당시 디자인 총괄을 맡은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The best looking car in Korea(한국에서 가장 디자인이 멋진 차)"라고 소개했다. 지난 5년간 4500억원을 투입해 완성한 기아차 최초의 준대형 세단인 K7은 실제로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또한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소개된 것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K7이라는 차명에서 K는 기아자동차(KIA)와 대한민국(KOREA), 강한지배, 통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Kratos'등에서 따왔으며, 숫자 '7'은 중대형 차급을 의미한다. <strong> 아우의 반란 K5</strong>
K5는 지난 2005년 중형 세단 '로체' 출시 이후 4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풀 체인지 모델이다. 4년 간의 연구개발기간 동안 총 4000억원을 투입해 완성했다. 5월 말 출시 후 인기 행진이 거침없다. 제2의 봉고신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지난 7월 국내서 1만105대가 판매되면서 '내수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지난 6월 판매량에서 현대 쏘나타를 누르고 1위에 오른데 이어 두 달 연속 1위 행진이다. 주문량이 쇄도해 출고까지 두 세달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중형차 시장서 1위 질주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정일 기자 jayle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