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엇갈린 스포츠 마케팅 행보

이 부사장은 올림픽 외치에 집중...정 부회장은 월드컵 내치에 주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엇갈린 스포츠 마케팅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는 외치(外治)에 주력했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월드컵 기간 특별한 외부 활동 없이 내치(內治)에 집중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던 것. 이는 스포츠 마케팅에 접근하는 그룹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 만큼, 대형 이벤트를 경험한 후계자들의 그룹내 위상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팀이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한데다 경기가 결승전을 향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월드컵 메인 스포서인 현대·기아차도 화색을 띠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 5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기아차는 10조원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정의선 부회장의 대외 활동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활발한 행보를 펼쳤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부사장은 2월10일 삼성전자 올림픽 홍보관 개관식에 참석한데 이어 며칠 뒤에는 홍보관을 찾은 자크 로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안내하는 등 광폭행보를 전개했다. 삼성전자측은 "이 부사장은 밴쿠버에서 삼성전자의 마케팅 활동을 주도하는 한편 IOC 위원들과 인맥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반면 정의선 부회장은 월드컵 기간 중 언론 노출을 삼가는 등 정중도(靜中動)이 길어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월드컵 현지에는 양승석 사장이 다녀왔다"면서 "정 부회장은 국내에 머물며 월드컵에 관한 보고를 수시로 받으며, 국내 주요 현안을 챙기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8월 출시 예정인 신형 아반떼는 현대차의 하반기 주력 상품이라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막바지 준비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타임오프제 도입에 반발하는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이 부사장과 정 부회장의 엇갈린 행보는 스포츠 마케팅에 접근하는 그룹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밴쿠버 올림픽을 계기로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 복귀와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이라는 명분이 컸던 만큼 이 부사장의 대외 행보가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마케팅의 성공을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가기 위한 후속 조치에 정 부회장이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삼성전자가 '명분'을 강조했다면 현대차는 '실리'를 노린다는 얘기다.또 다른 관계자는 "올림픽은 아마추어 경기이지만 월드컵은 프로 게임"이라면서 "이같은 차이가 그룹의 마케팅 전략은 물론 후계자들의 행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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