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인기협 회장 '애플 독점적 행태에 제동'

공정위 제소도 검토···'적절한 견제 필요'

허진호 회장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최근 애플을 바라보는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애플의 아이폰 도입을 최전선에서 주창했고, 또 앱스토어 정책을 강력히 옹호해왔던 국내 인터넷 업계가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 최근 애플은 엠넷, 소리바다, 벅스 등 국내 음원서비스 업체가 내놓은 어플(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앱스토어 등록을 일제히 거부하거나 지연하면서 국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애플이 한국에서도 아이폰으로 온라인 콘텐츠 장터인 '아이튠스(iTunes)'의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 직접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면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애플이 아이튠스의 핵심서비스라 할 수 있는 '뮤직스토어'를 개방한다면 국내 음원서비스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 우군이라 믿었던 애플이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면서 애플과 국내 인터넷업계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이들 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 이하 인기협)는 지난 15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애플의 일방적 행태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할 정도. 18일 허진호 인기협 회장을 만나 최근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최근 애플의 일방적인 앱스토어 정책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나?▲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국내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하거나 장기간 등록 승인 해주지 않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데 따른 대응조치의 일환이다. 지난달 애플은 휴대폰 소액결제방식을 이유로 엠넷, 소리바다, 벅스 등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앱스토어에서 일제히 삭제했다. 음원서비스가 아닌 예스24 역시 한달 가까이 업데이트한 애플리케에션이 애플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예측불가능한 정책이 주는 리스크가 크다.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자사 정책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서비스에 제한을 가한다면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과거 애플의 승인을 얻었던 어플이 향후 애플의 새로운 수익 모델과 상충된다면 그 때 돼서 다시 '자사 정책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배제될 수 있다는 거다. 결국 국내 콘텐츠 업계는 애플의 정책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소비자도 선택권에 침해를 받을 수 있다.-이번 인기협의 공동 대응 움직임은 그간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옹호해왔던 기존 입장과 대치된다. ▲나를 비롯해 인기협 회원사를 속칭 '애플빠'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아이폰 도입을 적극 찬성했던 것은 맞다. 아이폰처럼 파괴력을 가진 제품이 아니라면 기존 제도의 틀을 깨기 힘들었을 거다. 아이폰은 '게이트 오프너(Gate Opener)'로서의 역할을 참 잘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아이폰은 인기협이 지난 3년간 치열하게 싸워왔던 무선망 개방 논란을 한번에 불식시켜줬다. 기존 제도에 막혀 선진국에 뒤쳐진 국내 모바일 인터넷 환경의 진화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다. 새로운 기회를 준 셈이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던 기업들에게는 반성의 계기이자 자극제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의 모든 정책을 옹호할 수는 없다. 최근 국내를 비롯해 애플의 일방적 앱스토어 운영정책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플은 최근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이유로 국내 음원서비스 업체들의 서비스를 제한했는데 그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전세계 20여개국이 넘는 곳에서 애플 아이튠즈의 '뮤직스토어'가 이미 서비스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언젠가 뮤직스토어가 국내에도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애플의 앱스토어 승인거부는 뮤직스토어 서비스 개방에 앞선 사전 조율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랄라'를 인수해 아이튠즈를 스트리밍도 가능한 플랫폼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이럴 경우 국내 음원서비스를 비롯해 콘텐츠 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개발자 약관에 어도비 플래시 지원을 금지하거나 구글의 모바일 광고를 제한하는 조항 등도 대표적인 예다. 미국 FTC와 법무부 역시 각각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에 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했다.-인기협은 애플의 일방적 행위에 대한 피해 사례를 수집, 방송통신위원회에 공동 대응을 요청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들었다. 피해 사례가 많나?▲현재까지 피해 사례는 음원서비스 업체들이 대부분이고, 서점, 영화 등 일부 인터넷 서비스 업체도 비슷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피해 사례를 보다 수집해 공동 대응 움직임을 강화할 생각이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이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개화했다. 애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경쟁업체의 추격도 매섭다. 향후 시장 구도를 전망한다면? ▲무선 인터넷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아이폰이 국내에서 무선 인터넷 시장에 눈을 뜨게 해준 '개척자'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이에 자극받은 후발업체의 행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역설적이지만, 아이폰의 최대 수혜자는 구글이다. '개방과 공유'를 모토로 내세운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올바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지 않나.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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