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6.2지방선거 초반에 위세를 떨었던 '북풍(北風)'은 '민심' 앞에선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2일 방송3사가 발표한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는 그동안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와는 크게 달랐다.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에서도 야권 단일후보인 김두관 후보에게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어 왔던 강원도지사도 이계진 후보가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게 뒤쳐진 것으로 조사됐다.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로 앞섰던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 간 격차는 0.2%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누가 차기 서울시장이 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인천시장 3선에 도전한 안상수 후보도 송영길 민주당 후보에게 뒤쳐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김문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4.2%포인트 앞섰다는데 한나라당이 위안을 삼고 있다.불과 2주일 전만 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지난 달 20일 천안함 사태 진상조사 발표는 '북풍'을 불러일으켰고 안보이슈는 그대로 여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졌다.야당이 단일화라는 사상 초유의 세 결집을 추진하며 강조해온 '정권 심판론'도 '북풍' 쓰나미에 한 순간에 휩쓸려갔다. 수도권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고 한나라당 후보들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본격적인 선거운동 돌입 직전까지 보수적으로 판세를 분석해오던 한나라당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수도권 전승'을 넘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최소 8~9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반대로 민주당은 수도권 전패 위기 속에서 '북풍'을 잠재우기 위해 '전쟁과 평화'라는 극단적인 카드로 맞섰다.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선거 막판인 지난 주말부터 반전의 빌미가 됐다. 천안함 사태를 고리로 안정적인 여당에 힘을 실어달라며 정부의 천안함 진상규명을 비판해온 야당 후보를 직접 비난한 게 역풍을 맞은 셈이다.이러한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은 야당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이어졌고 부동표들을 야당 후보로 관심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특히 '북풍'은 이후 주식시장에 '한반도 리스크'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실종됐던 '정권 심판론'을 되살렸다. 또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도 안보정국의 영향으로 잊혀졌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이렇듯 급변하는 선거 변수에도 여당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결국 견제론이 막판에 먹힌 것 같다"며 "여기에 한나라당 후보가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나타나자 후보도 지지층도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정치컨설턴트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견제론에 동의한 유권자들이 안보이슈로 인한 대세론 때문에 표심을 전략적으로 숨기는 경향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 여당과 정부의 공세가 막판에 견제심리들을 결집시켰다"고 역풍의 배경을 설명했다.이 대표는 또 "야당이 몇 군데를 당선했냐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권에 대한 민심의 요구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여당이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반면, 야당은 기본적으로 하반기 정국에서의 대응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김달중 기자 da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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