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올해 칸국제영화제는 한국 여배우들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창동 감독의 '시', 임상수 감독의 '하녀',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신인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63회 칸국제영화제 공식·비공식부문에 초청된 가운데 이 작품들에 출연한 윤정희, 전도연, 윤여정, 예지원, 서영희, 지성원 등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 '시' 윤정희'시'의 윤정희는 연기 인생 처음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시'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등에 이어 이창동 감독이 다섯 번째로 연출한 작품.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분)가 시 쓰기에 도전하면서 경험하는 일상의 변화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뤘다.윤정희의 칸영화제 초청은 1967년 데뷔한 이래 43년 만에 이뤄졌다.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그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며 33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해외 영화제와의 인연은 많지 않았으나 국내에서 24번이나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만큼 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윤정희는 '시'가 칸에서 공개된 뒤 영국 영화지 스크린으로부터 "베테랑 여배우 윤정희의 감동적인 연기는 한국 내에서 장기적인 흥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호평에 이어 미국 영화지 할리우드 리포터로부터 "윤정희의 연기는 '밀양'에서 전도연이 보여줬던 것만큼 강렬하고 보기 드문 것"이라고 호평받았다. 또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윤정희와 '서티파이드 카피'의 줄리엣 비노시, '어나더 이어'의 레슬리 맨빌을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기도 했다.◆ '하녀' 전도연 윤여정지난 2008년 칸영화제 클래식 상영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이번 칸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뒤 전도연과 윤여정의 연기는 현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영화 '하녀'는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 은이(전도연 분)가 주인 남자(이정재 분)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그린 에로틱 서스펜스로 전도연과 이정재 외에 서우, 윤여정 등이 출연했다. 2000년 '해피엔드'로 칸영화제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바 있는 전도연은 '밀양'에 이어 '하녀'로 칸영화제와 세 번째 인연을 맺었다. '하녀'가 칸에서 공개된 뒤 전도연은 '밀양'만큼은 아니지만 훌륭한 연기로 호평받았고, 윤여정의 연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의 영화평론가인 샤를 테송은 아시아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원작에 비해 남자 주인공의 계층 설정이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바뀐 것 같아 흥미로웠다"며 "남자 캐릭터의 이중성이 마음에 들었고 특히 윤여정의 캐릭터와 연기가 가장 훌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하하' 예지원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출연한 두 명 여배우 중 예지원이 칸을 찾아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예지원과 함께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문소리는 연극 '광부화가들' 출연 때문에 칸을 찾지 못했다. 예지원은 22일 시상식 직후 국내 취재진과 만나 눈시울을 붉히며 "이 눈물은 너무 행복해서 흘리는 것"이라며 "보석 같은 분들과 같이 와서 행복하다. 오늘은 울지 않을 수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연신 감격스런 소감을 밝힌 뒤 "칸에서 상을 타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혹시 흥행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다"고 홍 감독 대신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서영희 지성원신인 장철수 감독의 호러 스릴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한국영화계에 이번 칸영화제 최고의 발견으로 꼽힌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장철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서영희가 주인공 김복남 역을 맡았고 신인 지성원은 김복남의 어릴 적 절친이자 서울에서 고향으로 휴가 내려온 정해원 역으로 출연했다. 여섯 가구 아홉 명이 주민의 전부인 작은 섬에서 온 마을 사람들에게 학대당하고 사는 김복남이 폭력적인 남편의 실수로 딸이 죽자 잔인한 복수를 꾀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이 영화에 대해 할리우드 리포터는 "장철수 감독은 첫 번째 영화에서 점진적으로 커지는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재능을 보여줬다"며 "서영희가 연기한 김복남이 점점 미쳐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어 호러영화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고경석 기자 kave@<ⓒ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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