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컨트롤타워 부재론'이 불거질때 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사자성어다. 이 말은 조선 인조때의 문인 홍만종이 자신의 저서 순오지에 쓴 '結者解之 其始者 當任其終(결자해지 기시자 당임기종)'에서 따온 것으로, '맺은 사람이 풀고 처음 시작한 사람이 그 끝을 책임져야 한다'라는 뜻이다.김형오 국회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ICCT(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Contents Technology ㆍ 정보통신콘텐츠기술)를 총괄할 통합부처의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써 국내에 IT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이는 2년여전 이명박정부 출범과 동시에 당시 IT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논제였다. 김 의장은 "스마트폰 열풍이후 '우리나라가 과연 IT강국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의 미래를 위해 ICCT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 의장이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보통신부 해체 등 정부 조직개편에 깊숙이 관여했던 당사자라는 점에서 일종의 자기반성이나 고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김 의장이 언급한 ICCT라는 용어에서 세번째 C가 콘텐츠를 의미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IT(정보기술)나 ICT(정보통신기술)라는 용어는 사실상 동의어로 쓰이는 말이지만 김 의장이 ICT에 콘텐츠까지 얹어서 강조한 것은 요즘 일고 있는 '애플 신드롬'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의장은 아마도 아이팟,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로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애플의 파워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얼마전 IT인들의 모임에서는 현정부의 IT정책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과거에는 우려의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IT콘트롤타워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변화에 기대를 거는 모습도 엿보였다.특히 방송통신위 지식경제부 문화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분산된 IT기능을 한 곳으로 모아 통합 ICCT부처를 발족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통합부처를 놓고 성장전략산업부 등 작명 얘기까지 나왔다.일부 참석자는 "현 대통령 임기 중에는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IT산업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은 데다 청와대 핵심실세들의 의식에도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중에는 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2년10개월간 꾹 참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흘러나왔다. 이 와중에도 이번에는 현정부가 뭔가 변화의 단초를 찾아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IT시장은 전광석화처럼 변하며 그야말로 하루가 멀다하고 급류를 타고 있다. 요즘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벌이는 애플과 구글의 숨막히는 대결은 흥미 만점의 드라마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노라면 속이 바짝바짝 탄다.IT선도국으로 불리던 한국은 어느새 '그들만의 리그'를 관전해야 하는 방관자 신세로 내몰리고 말았다. 우리가 'IT열등국'으로 추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지금이라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 CEO인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어야 IT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실질적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제는 구체적 대응이나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여유도 이유도 없다. 결자해지의 칼자루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dw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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