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기자
▲ 이대 이배용 총장과 창덕궁 역사문화 나들이에 참가한 이대 학생들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일제가 조선 왕조를 ‘이조’라고 폄하하기 위해 저렇게 용마루에 오얏을 박아넣었습니다.”지난 9일 오후 창덕궁(昌德宮) 인정전(仁政殿) 앞에서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이 함께 자리를 한 100여명의 이대 재학생들에게 인정전에 숨겨진 비밀을 설명하자 학생들의 눈이 순간 놀라움에 크게 뜨며 탄식을 터뜨렸다.조선 왕의 성씨 ‘이(李)’에 오얏이라는 뜻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일제가 궁궐의 가장 중요한 건물 제일 높은 곳에 ‘몹쓸 장난’을 쳐놓았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나라를 빼앗겼을 때는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철저하게 유린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여러분들은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화여대 네 번째 ‘총장님과 함께하는 역사문화체험’ 행사= 이날은 이대가 ‘총장님과 함께하는 역사문화체험’ 행사를 연 날. 창덕궁에는 100여명의 재학생들이 모였다. 이 행사는 재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2008년 종묘를 시작으로 경복궁, 서오릉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역사학자인 이 총장은 평소 학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체험행사를 손수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 총장님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 들을 수 없는 한국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입소문에 매 번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 20여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이날 이 총장은 학생들과 함께 금천교를 시작으로 인정전, 대조전(大造殿), 낙선재(樂善齋)를 따라 옥류천(玉流川)까지 창덕궁 곳곳을 둘러보며 우리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을 학생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줬다.▲ 이배용 총장이 화방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배용 총장 “우리 것부터 알아야 제대로 된 글로벌 인재”=행사 내내 학생들과 꼭 붙어다니며 즐거워보이던 이 총장. 이 총장은 역사문화체험 행사에 큰 애착을 보였다. 이 총장은 “이 행사를 시작하던 2008년 2월에 숭례문 화재 사고가 있었다”며 “일제는 우리 문화를 알아서 파괴했지만 지금 우리는 몰라서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우리 역사와 우리 것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고 시간이 흐려면서 더 잊혀져 갈 뿐”이라고 설명하고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이 총장은 “직접 와서 설명을 듣고 나면 가슴에 새길 수 있고 책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새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체험을 하고나서 어머니, 남자친구를 데려와서 설명해 주면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다 알고 있냐’며 감탄하더라는 얘기를 학생들이 해준다”며 웃었다.김도형 기자 kuerte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