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이머징통화 리드, 한계가 있다'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원·달러 환율의 연저점 테스트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외국인 주식 및 채권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데다 무역수지 호조, 외환보유액 증가 등 환율 하락 재료들까지 줄줄이 부각되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환율이 하락속도를 더하면서 연저점인 1117.5원을 재차 테스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역외 투자자들이 이머징통화 투자비율에서 원화 비중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역외투자자들이 연초 포지션을 설정하면서 원화 강세에 베팅하면서 환율은 한차례 '묻지마'하락세를 연출한 바 있다. 1110원대로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유로존의 재정적자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두달간 1120원대~1170원대까지 조정을 받았다. ◆<B>'바이 코리아'지속..3월중 외인 주식 및 채권 자금 급증</B>3월들어 역외투자자들의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러브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에서의 외국인 주식순매수는 내리 16거래일 연속 지속되고 있고 채권자금도 견조하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채권 순매수는 6조4028억원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석달간 채권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무려 17조6235억원(4월1일까지) 규모다.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 역시 3월중 코스피에서만 5조3611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2월중 코스피에서 96억원 순매도를 보였던 데 비해 급증한 수준이다. 국내 무역수지 호조와 함께 글로벌채권지수(WGBI) 및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 기대감, 위안화 절상의 부수적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강세에 대한 베팅은 더욱 힘을 받았다.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 이슈까지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원달러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B>엔원 크로스 가세.."엔화 팔고 원화 사자"</B>엔화 약세 역시 환율을 아래로 밀고 있다.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가 한숨 돌리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엔원이 기술적으로 전저점이 무너지니 셀이 많이 나오면서 추가 하락 전망이 높아졌다"며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강세를 보인 엔화가 최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재부각되면서 그 지위를 상실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이 경기회복세를 더해가면서 인플레이션과 조기금리 인상기대감으로 주목받는 반면 일본은 아직 디플레이션과 양적완화 정책 지속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엔화를 차입해서 다른 통화로 운용하려는 역외투자자들이 급증했다. 여기에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엔원 크로스거래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역외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에도 원화 강세에 추가로 베팅하는 데는 부담도 적지 않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장기 차트로 봐도 달러엔은 지난 2000년 이후 미금리 동향과 연동돼 있었다"며 "미국이 적어도 6개월 내에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달러엔 상승, 엔화의 약세 쪽에 베팅하는 세력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호조와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원화 강세가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최근 역외 투자자의 리스크선호심리는 원화 쪽을 늘리기보다 말레이시아 링키트화, 인도 루피화 등 아시아통화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고 설명했다.◆<B>이머징 통화 투자, 원화 비중확대 한계 있어</B>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화 강세가 추가적으로 확대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외국인의 국내 증시 및 채권, 외환시장 투자로 자금이 밀려들고 있지만 당국 개입과 높은 절상률로 변동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특히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개입 경계감을 무시할 수 없다. 당국은 올초 한차례 환율이 급락한 이후 더욱 환율 하락에 대한 방어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 절상률이 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이머징마켓 통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절상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머징 마켓 통화 중 가장 높았다는 점도 의식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일 1126.4원으로 지난해 12월30일 1164.5원 대비 38.1원이 하락했다. 절상률이 3.3% 수준이다. 태국 바트화가 3.1%, 대만 달러와 싱가포르 달러가 1.3%와 0.4%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단기간내에 빠르게 절상된 것이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역외에 의한 원·달러 하락은 아시아시장에서 원화 외에 대체 투자할 수단이 없었던 측면도 작용했다"며 "국내 마켓 사이즈와 퍼포먼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좋아 리얼머니 플로가 계속 들어오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머징마켓으로 이 자금이 분산될 경우 이머징에서의 한국 투자 비중이 줄어들 수 있어 원화가 계속 이머징통화를 리드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 1100원선이 일시적으로 깨질 수는 있지만 유가가 오르고 있는 점, 다른 쿼런시 대비 원화의 변동성이 좋지 않고 개입에 따른 불확실성도 더해진 부분 등을 감안할 때 하락할 룸이 크다고 볼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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