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시내에 다니는 트램.
멜번에는 노상전철(Tram)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운송수단이 있다. 트램이라고 하면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 영화에서 보이는 도로위에 깔린 선로를 따라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노상전차를 상상하면 정확하다. 호주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멜번에서는 이 트램이 마치 한국의 마을버스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엄청나게 넓은 호주의 땅덩어리에 드문드문, 인적 없는 곳에 지어진 집들을 ‘그나마’ 서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트램이 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다른 도시에서도 트램의 흔적은 볼 수 있지만 관광용이 아닌 실제적으로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는 지역은 호주 내에서는 멜번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트램이라는 교통수단은 양날의 검 같은 존재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멜번과 그 근교를 잇는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복잡한 시내의 경우에 트램은 교통체증을 발생시키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워낙 느릿느릿 운행되고 있는데다 정류장까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밀집돼 있어서 사실상 시내에서는 오히려 불편한 존재가 되고 있다. 그 뿐이랴. 도로상을 달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류장이 아니라 노면에서 승 하차가 바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사고의 위험도 꽤나 높은 편이다. 그나마 시내 외곽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필요한 존재가 되어서 오랜 시간동안 멜번의 시스템 속에 녹아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나온 뉴스 보도에 의하면 서울에도 노상전철, 곧 트램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트램이 친환경적인 녹색 교통수단이라는 말과 함께 정치권의 여러 인사들이 참여한 ‘녹색트램포럼’의 창립총회가 열렸다고 한다. 과연 트램이 서울의 효과적인 교통수단이 될 것인가? 절대 아니다.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시내를 멋진 트램이 달리고 있는 모습보다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면서 서로 트램을 추월하려는 여타 다른 차량들의 모습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미 서울에는 마을버스와 지하철이 구석구석 잘 연결돼 있고 인구밀집도에 있어서 호주와 비교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서울에 트램노선을 만들려는 노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트램이 도시미관에 많은 부분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틀렸다. 기본적으로 트램은 차량 위에 이리저리 얽힌 동력선이 존재해야 한다. 도시미관상 전봇대도 다 지하로 감추는 판에 도로 한복판에 축 늘어서 이리저리 얽혀 있는 동력선이 얼마나 도시미관에 '부정적으로' 기여하게 될런지 역시 눈에 선하다. 단 한가지 녹색성장이라는 그럴싸한 단어에 정책들을 끼워맞추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멜번에서는 잘 사용되고 있지만 멜번과 서울은 다르다. 이미 멜번에서는 트램 때문에 훅턴이라는 새로운 우회전법도 있을 정도로 트램이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으며 애초에 운전하는 환경자체가 서울의 급하고 난폭한 도로사정과는 천지차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빨간 신호등에 사람이 도로를 건너도 차들은 브레이크를 잡고 기다려 준다. 운전자들은 아무리 급해도 사람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트램과 관련된 문화적인, 법적인 컨텐츠들이 그 동안의 역사를 통해서 탄탄하게 쌓여있기 때문에 21세기가 되어서도 트램이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서울시내 도로사정은 생각치도 않고 녹색성장이라는 행동과 반대되는 프로파간다 전파에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1905년 트램의 모습.
글= 김준용정리= 박종서기자 jspark@asiae.co.kr◇ 부산 출신으로 펑크음악과 B급 영화를 즐기는 김준용 씨는 한국의 도시 소음과 매연을 견디지 못해 도피유학을 결심했다. 딴지 관광청 기자로 재직하면서 필리핀과 호주의 오지만 골라서 돌아다닌 경험도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유학생 김준용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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