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대우차판매 부평지점. 사진=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러다 정말 GM대우가 중국으로 도망가는 건 아닌 지 몰라. 안 그래도 요즘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그렇게 되면 보나마나 우리 식당은 문을 닫게 될 거야"지난 16일 오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GM대우 부평공장 인근 '굴포천 먹거리 골목'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의 하소연이다. GM대우가 지난 10일 브랜드를 시보레로 변경하고 대우자동차판매와의 위탁 판매 계약도 해지하겠다고 발표하자 GM대우 부평공장이 위치한 인천 부평구 일대의 민심이 흉흉하다. 지난 몇 년간 떠돌던 'GM대우 중국 이전설'이 현실화돼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부평 지역에서 GM대우는 직간접 고용 효과 1만여명, 수조원의 매출액 등 지역 경제의 25∼30%를 떠받치고 있는 형편이어서 중국 이전 시 자칫 지역 경제의 '황폐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이곳 일대에서 만난 이들 중 상당수가 이같은 걱정을 내비쳤다. 특히 GM대우 부평 공장 담장 한 귀퉁이에 '근조, 먹튀 자본 GM을 규탄한다'고 씌여져 있는 검은색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GM대우 직원들이 내건 줄 알았지만 해당 건물은 대우차판매 부평지점으로 계약 해지를 당한 직원들이 '울분을 참지 못해' 내걸었다고 한다. 건물안에서 만난 대우차판매 오능환(45) 부장은 기자를 보자 마자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 부장은 최근 GM대우의 발표에 대해 "대우자동차의 단물만 싹 빨아 먹고 중국으로 도망가겠다는 먹튀의 수순"이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타 사로 치면 자체 판매망이나 다름없었던 대우차판매와의 계약해지는 사실상 국내 영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얼굴'겪인 브랜드 교체도 공장 폐쇄 및 이전을 쉽게 하기 위한 '몸집 줄이기'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GM대우가 내건 '내수 확장' 명분에 대해 "내수 판매 부진은 신차 출시 부진, 디자인ㆍ품질 저하, 해외 영업 치중 등 자초한 것"이라며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대우차판매 직원들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고객 DB 등 영업 기밀만 빼앗아 갔다"고 분노했다. 오 부장은 "당장 다음달 월급이 안 나오게 생겼는데 아무것도 대책은 나오는게 없고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6일 오후 대우자동차판매 부평지점 내에서 한 직원이 '근조 GM대우'라는 리본이 붙여진 차량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김봉수기자
이같은 분석과 우려는 대우차판매 직원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만난 부평 지역 주간지 부평신문 김갑봉 기자는 "2007년 처음으로 공장 이전설이 제기된 후 브랜드ㆍ사명 교체, 독자 영업망 포기 등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며 "당시 예측이 실현된 셈이다. 지금도 노조 관계자, 일부 직원들을 통해 2012년 이후 이전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GM대우를 지원해 온 인천 지역 시민단체들도 "중국 이전을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었다. 한 지역 여성단체는 최근 정기총회를 통해 GM대우 지원 방침 재검토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번 조치가 순수한 경영적 판단이 아니라 중국 이전을 위한 수순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며 "GM대우 지원 운동을 주도해 온 인천시도 방관만 하지 말고 중국 이전 여부 등에 대해 직접 확인해 보고 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보레 브랜드 변경 및 대우차판매와의 계약 해지 발표 이후 중국 이전 및 철수설이 나도는 GM대우 부평공장 전경. 사진제공=부평신문
이처럼 인천 부평 지역에서 GM대우의 중국 이전설이 나도는 근거는 뭘까?GM대우 중국 이전설은 지난 2007년 3월 모 일간지가 GM대우의 한 임원의 입을 빌어 "마티즈 등 소형차를 만드는 창원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인건비ㆍ땅값 등 생산원가가 높아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훨씬 이득이 남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엔 지난해 GM 미국 본사가 파산하면서 추진 중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GM대우가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GM의 글로벌 경영 전략 상 아시아 지역의 경우 상하이GM이 시장을 기반으로 독자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으며, GM대우의 경우 세계 각지의 GM공장에 부품ㆍ반조립제품을 공급하는 생산기지의 성격이 강해 언제든지 매각 또는 청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GM이 구조조정과정에서 북미 지역에서의 친환경ㆍ소형차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GM대우의 위치가 더욱 흔들리게 됐다는 점도 이전설의 근거다. 특히 GM대우가 지난 2008년 870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GM본사로 GM대우의 자산이 대거 이전됐다는 점은 이전설의 주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GM대우 쪽에선 '중국 이전설'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GM 그룹 내에서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량이 사업 철수 및 이전을 논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이전 및 철수설은 금시초문이고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GM대우는 지난 2005년 세워진 글로벌차량개발프로그램에 의해 글로벌 경차ㆍ소형차 생산ㆍ개발 기지로 지정된 후 매년 1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만약 이전ㆍ철수를 기획하고 있다면 그럴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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