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김수미는 '할머니 캐릭터'로 티켓 파워를 지닌 거의 유일한 배우다. 한국영화 속의 천편일률적인 할머니에서 벗어나 이른바 '욕쟁이 할머니'로 관객에게 폭소와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첫 번째 배우인 것이다. '욕쟁이 할머니'의 탄생을 알리며 주연 배우보다 더 큰 인기를 모은 '오! 해피데이'를 시작으로 '마파도'와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의 흥행 성공에 이어 '맨발의 기봉이' '못말리는 결혼' '청담보살'까지, 김수미는 독보적인 행로를 걸어왔다.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수미가 새 영화로 다시 한번 스크린을 공략한다. 선배 나문희, 후배 김혜옥과 호흡을 맞춘 코믹 드라마 '육혈포 강도단'이다. 김수미는 이 영화에서도 기대에 부응하듯 걸쭉한 육두문자로 관객에게 폭소를 선물한다. 김수미는 이 영화의 첫 시사가 끝난 뒤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운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웃는 것으로 끝나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육혈포 강도단'은 하와이 여행을 위해 함께 자금을 모았던 세 할머니가 은행에서 돈을 강도당한 뒤 이를 되찾기 위해 강도가 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다. 다분히 황당한 설정으로 출발하지만 영화는 웃음과 함께 현실문제를 건드린다.김수미는 "영화 찍은 것 중 이번 작품이 가장 기대가 된다"며 "예를 들어 '마파도'나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메시지는 없는데 이 영화는 노인문제 등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화를 보면서 세 할머니들이 너무 불쌍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육혈포 강도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수미는 무척 진지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육두문자를 날리며 수다스런 친근함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측은 편견에 불과했다. 후배 김혜옥이 MBC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할 때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못 걸었다"고 말할 정도로 카메라 밖의 김수미는 과묵하고 무뚝뚝했다. 김수미는 "영화 같은 성격은 아니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조용히 있으면 왜 가만히 있냐며 어디 안 좋냐고 묻는다"고 평소의 모습을 설명했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처럼 수다스럽고 설치고 돌아다니는 성격인 줄 아는데 전혀 다르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수미는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옅은 커피를 타서 일기를 쓰고 뉴스채널을 틀며 하루를 시작한다. 스스로도 '어쩌면 이렇게 기계처럼 바뀌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다. "평소 백화점도 잘 가지 않고 촬영현장이나 집을 오가며 사는 것이 일상이야. 집에선 살림살이 하고 음악 듣는 게 전부지. 아니면 요가나 달리기, 사우나를 해. 난 제일 행복할 때가 밥 해서 애들 먹일 때야."김수미는 아직 만 예순이 채 되지 않아 할머니라고 부를 나이는 아니지만 벌써 은퇴를 이야기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당장 내년에라도 던져버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시골 가서 일용엄니처럼 사는 게 꿈이야. 농사꾼의 딸로 태어나서 그런지 그런 상상을 하면 힘이 솟아. 내게 에너지를 주고 살아갈 힘이 생기게 하는 건 '자연'이야. 농사를 해서 내가 키운 채소를 (김)혜자 언니에게도 보내주고 친한 사람들이 내려오면 가마솥에 밥 해서 평상에서 같이 먹는 상상을 해. 남해 쪽에 위치도 봐뒀어. 내년에 갈지 언제 갈진 모르지."
지금 당장이라도 은퇴를 선언하고 떠날 듯 말했지만 벌써부터 김수미의 부재를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당장 18일이면 영화 '육혈포 강도단'이 개봉하고 아침드라마 '당돌한 여자'가 최근 방송을 시작했으며 '친정엄마'라는 작품으로 뮤지컬에 도전할 예정이기도 하다. 강풀 작가의 만화를 영화화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도 최근 촬영에 돌입했다. 김수미는 인터뷰를 마치며 "'김수미가 나온 영화는 꼭 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몇 편의 영화로 이를 실현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김수미의 은퇴 욕구가 연기에 대한 욕심을 이겨내긴 쉽지 않을 듯하다.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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