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주빌딩 인수시 새싹회와의 인연윤석중 선생 글 사가로 만들기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대우그룹의 사가인 ‘대우가족의 노래’는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지난 1967년 3월 22일 김우중 전 회장이 서울 명동 동남도서빌딩 한 모퉁이 20평도 못되는 작은 공간에서 설립된 그룹의 모태인 대우실업은 그해 10월 반년 정도 입주한 뒤 을지로 1가에 위치한 동영빌딩으로 이전한 후 이듬해인 5월 명동 성보빌딩으로 이전했다. 1년 2개월전 김 전 회장을 포함해 5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이 때 직원 수가 70명을 넘겼다. 성보빌딩 입주후 봉제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처음으로 정규대학 출신 신입사원을 채용했다.수출 확대로 1970년, 1971년 연이어 정부로부터 철탑,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대우실업은 1972년 3월에는 을지로 2가에 위치한 동화빌딩로 이전을 했다. 동화빌딩에서 1년 남짓 입주해 있던 기간 동안 회사는 사실상 도약의 기틀을 다졌다.창립 6년 만인 1973년 4월 29일, 네 번의 이사 끝에 대우센터 옆에 있는 삼주빌딩을 인수하고 대우빌딩이라 명명했다. 총건평 3만690㎡에 달하는 이 공간에서 대우실업은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하지만 대우빌딩에서의 생활도 불과 3년을 넘기지 못했다. 대우센터의 터전이 된 교통센터를 인수하기 위해 1975년 12월 22일 대우빌딩을 당시 럭키금성(현 LG그룹)에 47억원에 매각했다.다시 삼주빌딩 시절로 되돌아가, 대우그룹이 이 건물을 인수 할 당시 삼주빌딩에는 새싹회 사무실이 무료로 입주해 있었다. 새싹회는 1956년 1월 3일 윤석중 선생을 중심으로 한국아동문학의 발전과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창립된 아동문화단체였지만 재정적 상황은 여의치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은 새싹회 직원들은 건물세를 받을 지 모른다며 사무실 이전을 걱정해야 했다. 이 때 새싹회 소식을 들은 김 전 회장이 오히려 새싹회 사무실 공간을 더 넓혀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당시 새싹회 회장이자 유명한 동요 작사가였던 윤 선생은 김 전 회장의 배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김 전 회장에게 ‘대우가족의 노래’라는 글을 지어 보냈다. 이 글을 받아 읽어본 김 전 회장은 그 내용이 대우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너무나 일치한다고 생각해, 이 글을 공식 사가로 삼기로 결정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윤 선생은 콤비 작곡가였던 손대업 선생과 함께 지금의 완성된 '대우가족의 노래'를 탄생시켰다.대우가족의 노래대우주 해와 달이 번갈아 뜨는 육대주 오대양은 우리들의 일터다 우리는 대우가족 한 집안 식구온 누리 내 집 삼아 세계로 뻗자 땀 흘려 공든 탑을 쌓아 올리는 굳은 뜻 곧은 마음 우리들의 방패다 우리는 대우가족 든든한 일꾼 뿌린 씨 열매 거둘 내일에 살자 최근 들어 대우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22일 창립 43주년을 앞두고,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등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는 옛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새 주인 찾기가 속도를 내면서 더욱 그렇다.대우가족의 노래는 김 전회장이 꿈꿨던 원대한 비전인 ‘세계경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시킨 곡으로 비록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대우인터내셔널과 몇몇 기업은 여전히 사가로 애창하고 있으며, 과거 멤버들의 모임에서도 불리고 있다.가사와 마찬가지로 나온 데로 대우의 일터는 글로벌이었다.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동유럽·러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당시 우리와 국교도 맺지 않은 국가들과 비즈니스 교류를 추진하며 사세를 키워왔다.“밀림이나 마찬가지였던 그곳에 처음으로 맨손으로 뛰어들어 가시에 찔리고, 풀잎에 베이며 길을 닦았다. 우리가 길을 만들고 나면 다른 이들이 우리의 길을 따라 걸어왔다. 하지만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한 대우 계열사 CEO는 대우가 우리 재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을 정도다.도전정신을 기반으로 한 대우의 기업문화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포스코 직원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치켜세웠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대우 문화도 앞으로 얼마나 오래갈 지 알 수 없다. 대우 로고와 대우가족의 노래를 사용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새 주인을 찾는다면 더 이상 이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GM대우자동차가 사실상 대우 로고를 쓰지 않기로 하고, 대우자동차판매와의 제휴도 중단키로 했다.‘뿌린 씨 열매 거둘’ 내일을 위해 살아온 대우맨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아름다운 내일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채명석 기자 oricms@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