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매도에 긴축..美 국채 '이중압박'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 국채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유동적인 자산 시장이다. 1조 달러를 훌쩍 웃도는 미국의 적자 재정이 가능한 것도 바로 국채시장 덕분이다. 가뜩이나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시장금리 상승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외 돌발 변수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국채 수익률이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각했다는 소식에 이어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재할인율을 3년여 만에 올리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을 부채질했다.◆ 중국 美국채 '팔자' 추세일까 = 미 재무부가 공개한 12월 해외자본유출입(TIC) 동향에 따르면 중국은 미 국채를 342억 달러 매각해 보유량이 7554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12월 매도를 추세적인 움직임으로 단정짓기 이르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 우려로 중국이 외환보유고 다변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고개를 들었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나고,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는가 하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중국과 미국이 정치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점도 중국이 미 국채 매각에 나선 원인으로 풀이된다. 미즈호 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갈등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문제는 중국과 미국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중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미 국채를 대규모 매입했던 중국이 외환보유고에서 미 국채의 비중을 줄이고 다변화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월 국채 매도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면 미 국채 시장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국채에 대한 중국의 관심 하락은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었던 만큼 중국의 이 같은 행보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 국채 비중을 줄인 반면 홍콩과 영국 국채를 상당량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홍콩 국채 보유량은 1529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772억 달러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영국 길트채 보유량은 지난해 10월의 2031억 달러에서 3025억 달러로 50% 증가했다. 중국은 미 단기채 보유량을 388억 달러로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RBS증권의 앨런 러스킨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이 미 단기채 보유량을 200억 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기채를 대거 매각하고도 미국에 재투자 하지 않았다는 것은 미 벙부가 대규모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국의 신뢰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TIC 동향에 따르면 중국은 외환보유고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주식이나 회사채에 대한 투자는 늘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의 최근 행보가 시장에 큰 혼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MF글로벌의 존 브래디 부사장은 “중국은 단순히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있는 것이며 미국 은행들과 가계가 꾸준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고 있어, 미 국채에 대한 국내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햇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잠시 쉬어가는 단계라며 잠깐동안의 휴식을 취한 후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인다고 할지라도 다른 투자자들이 그 틈을 매워줄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문제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미 국채 수익률은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여름 최고치를 밑돌고 있다. 미 국채 최대보유국 자리를 넘겨받은 일본이 지난해 5월 이후 꾸준히 매입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일본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12월 7688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1428억 달러에서 4배 가량 불어났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 달러에 대해 고정환율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확보한 달러 잉여자금을 미국에 재투자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재할인율 인상, 수익률 상승 부채질 = 18일 미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재할인율을 인상하면서 국채 시장을 또 다시 흔들었다. 이날 연준은 재할인율을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S&P500지수 선물은 급락했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은 아시아 주식시장에도 출렁이게 했다. 모건 스탠리의 짐 카론 글로벌 리서치팀장은 “연준이 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이전에 시행했던 긴급 조치들을 중단하는 등 출구 전략으로 향하는 작은 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재할인율 인상 소식에 2년물 수익률은 9bp오른 0.93%를, 10년물 수익률은 8bp오른 3.81%을 기록했다. 30년물 수익률도 4.75%로 5bp 올랐다. 제퍼리스앤코의 존 스피넬로 국채 스트래티지스트는 “비록 연준의 출구전략 시기와 그 형태가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지만 미 국채 시장은 연준의 출구전략에 대한 미세한 움직임에도 반응하고 있다”며 “수익률은 변덕스러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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